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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ory] 공급 넘치는데 '고양 창릉'까지…정책에 휘둘린 '일산의 비애'

분당은 10년간 집값 올랐는데
일산, 공급과잉·입주기업 부족에
테크노밸리·GTX 호재도 힘 못써
베드타운 전락 '나홀로 '마이너스'
"교통망 확충·일자리 마련 절실"

  • 이재명 기자
  • 2019-05-08 17: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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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기 추가 신도시가 발표된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 신도시에 사망선고’라는 제목의 글이다. 요지는 고양 창릉 신도시 지정은 일산을 ‘더욱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청원이 게재된 지 이틀 만에 6,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일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현재 아파트 값이 10년 전보다 싼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S-Story] 공급 넘치는데 '고양 창릉'까지…정책에 휘둘린 '일산의 비애'

국내 1기 신도시로 탄생한 일산 신도시. 1990년대 초 입주하며 한때 ‘명품 신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10년 동안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일산은 역주행이다.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분당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동안 일산 아파트 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고양 창릉 신도시 지정은 가뜩이나 허약해지고 있는 일산 주택시장의 체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S-Story] 공급 넘치는데 '고양 창릉'까지…정책에 휘둘린 '일산의 비애'

◇사라진 ‘명품 신도시’, 집값은 역주행=일산 신도시는 1989년 분당·평촌·중동·산본 등과 함께 추진됐다. 약 7만가구 규모다. 1992년 12월 준공돼 벌써 30년이 돼가는 상황이다. 초기만 해도 일산은 분당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중산층들이 집을 고를 때 분당과 일산을 동급에 놓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문화·쇼핑 등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에 분당은 ‘천당 아래 분당’으로, 일산은 ‘명품 신도시’로 불렸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일산의 현주소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서울 외곽은 물론 지방도 10여년 동안 아파트 값이 안 오른 곳이 없는데 일산은 떨어진 것이다. 특히 한때 어깨를 겨뤘던 분당과 비교하면 더더욱 초라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 신도시의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7년 2,013만원에서 2018년 2,171만원으로 상승했다. 분당뿐 아니라 다른 1기 신도시의 아파트 값도 다 올랐다. 하지만 일산은 그렇지 않다. 3.3㎡당 매매가가 2007년 1,346만원에서 지난해 말 1,250만원으로 하락한 것이다. 남들은 다 오르는데 일산만 역주행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산 역주행의 이유로 공급과잉과 기업 입주 부족을 꼽는다. 일산이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고양 삼송지구, 향동지구 등 수많은 택지개발사업이 완료됐다. 여기에 일산 뒤로 파주 운정지구가 조성됐다. 앞과 뒤로 공급물량이 넘쳐난 셈이다. 정부의 택지공급이 일산에 몰렸다. 여기에 기업 입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것이 주요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GTX 호재에도 멈추지 않는 집값 하락=일산테크노밸리와 GTX-A 노선을 호재로 기다리고 있지만 일산 집값은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아파트 값 상승률도 온도차가 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8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누적 변동률은 분당의 경우 12.15% 올라 서울의 6.45%를 웃돌았다. 반면 일산 동구는 -1.89%, 일산 서구는 -2.72%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집값 상승기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일산만 가격이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 창릉 신도시 지정은 일산에 치명타다. 주민들은 벌써부터 반대운동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직해 민원활동을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링크를 공유해 동의를 독려하고, 직접 국민신문고·고양시청에 민원을 넣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고양 시민의 반응은 말 그대로 ‘분개’ 상태다.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미분양이 늘어나고 GTX-A 노선은 아직도 제대로 첫 삽도 못 뜨는 등 기존 신도시를 안정화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3기 신도시를 만들면 유령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일산 시민도 “일산은 인구 100만명이 넘어갈 동안 상암까지 자유로만 개설됐다”면서 “10년 후 일산 신도시 구축 아파트는 더욱 낙후돼 30~40대 젊은이들은 모두 일산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가 고양에 추가로 지정되면서 일산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입주 30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신도시가 추가로 지정되면 일산 신도시 소외는 더욱 심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분당처럼 집값이 상승해 리모델링 등을 추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의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를 홀대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추가로 선정된 3기 신도시는 당장은 신규 지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천 대장지구가 위치한 오정동의 경우 발표 당일 모든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오정동 M공인 대표는 “아파트 계약을 하려던 사람들은 다 취소하고, 몇 달째 안 팔리던 집은 볼 것도 없이 가계약금 2,000만원을 송금해버리고 난리가 났다”면서 “마곡지구와 같은 곳으로 탈바꿈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권혁준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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