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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 속보

불경기에 자금경색 심화...반대매매 땐 '증시 뇌관' 될수도

[경영권 담보로 빚내는 오너들]
경영환경 악화·증시부진으로 주식·채권발행 쉽잖아
은행보다 비용 더 들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돈 융통
지분담보대출 규모 지속 증가땐 자본시장 불안 불보듯

  • 심우일 기자
  • 2019-10-20 17: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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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자금경색 심화...반대매매 땐 '증시 뇌관' 될수도

스마트폰 부품 제작업체인 B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이영기(가명)씨는 자신의 회사 지분을 담보로 최근 증권사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출받았다. 올해 이미 두 번이나 담보 대출을 받은 그가 지금까지 담보로 잡힌 지분율은 8.33%로 만약 돈을 갚지 못하면 그의 지분율은 0.35%로 내려가 경영권을 잃게 된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업황 악화로 지난 2017년과 지난해 연달아 영업적자를 냈고 지난해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올해는 오너의 지분 담보 대출까지 받게 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처럼 최대주주가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경제가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공시 건수는 20일 기준 119건에 달해 지난해 67건에 비해 대폭 늘었다. 특히 올해가 다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관련 건수는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시상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최대주주 지분 일부 담보 대출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 계약이란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했을 때 최대주주가 바뀌는 경우를 말한다. 거래소에서는 2015년부터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가 자신의 보유 지분을 모두 담보에 맡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최대주주 변경 수반 주식 담보 계약 중 전체 지분을 담보로 한 계약은 현재까지 총 24건이다. 이는 지난해(19건), 2017년(22건)에 비해서도 늘어난 수치다.

증권업계에서는 이같이 최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를 여러 각도로 해석한다. 주요한 이유로는 기업실적 악화로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흐름이 나빠진 기업이 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일반적으로는 대출이나 유상증자·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대주주가 지분 담보로 자금융통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지분으로 주식담보를 제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경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주주가 자신의 전체 지분 13.89% 중 11.48%를 대출 담보로 잡힌 동물사료업체 A사와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올해도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 B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최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은 무자본 인수합병(M&A)이나 회사 본업과는 별개의 투자활동에 변칙적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 중 상당수가 무자본 M&A를 위한 자금을 융통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 지분을 담보로 설정한 자금 중 인수자금 확보나 지분취득, 전환사채 납입 등에 쓰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지난 8월14일 엘케이에이투홀딩스는 이날 임시총회를 통해 삼양옵틱스의 최대주주가 된 직후 지분율 68.21%를 모두 KDB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담보로 맡긴 후 인수금융 조달을 목적으로 63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공시했다. 케어랩스의 최대주주인 데일리블록체인은 ‘당사 인수’ 자금 확보를 명분으로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약 228억원을 조달했다.

문제는 최대주주들이 저축은행·증권사로부터 주식 담보 대출을 받게 되면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코스닥 시황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담보로 잡힌 주식이 ‘반대매매’로 매물로 나오면서 주가하락 악순환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높다. 반대매매란 주가가 담보가액 이하로 떨어질 경우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임의로 주식을 내다 팔아 담보권을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조국 가족펀드 의혹’으로 알려진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는 8월20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던 더블유에프엠 지분 110만주를 담보로 상상인저축은행에서 20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자 더블유에프엠의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고 상상인저축은행은 8월28일 담보처분권을 행사해 63만5,000주를 매각했다. 3,000원 중반 선이었던 주가는 연일 급락하면서 지난달 거래가 정지되기 전까지 3분의1 토막이 났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흔히 말하는 기업사냥꾼 등이 최대주주 지분 담보 대출 등을 활용하는 사례는 항상 있어왔다”며 “다만 올 들어 주식 담보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변칙적인 재무활동보다는 불경기 등으로 자본시장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시그널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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