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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銀 모든 자금흐름 실시간 감시 가능…'빅브러더' 예고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통화 패권전쟁]
<중> CBDC시대 무엇이 바뀌나- 위협받는 사생활
거래내용 전산에 기록…발행주체가 들여다 볼 수 있어
'사회주의' 중국선 민간사찰 악용수단 우려에 논란 가열
EU '익명 증서' 등 프라이버시 침해 해법 찾기 잰걸음

  • 민병권 기자
  • 2020-03-30 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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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디지털통화, 익명 증서, 암호화폐, 빅브라더

중앙銀 모든 자금흐름 실시간 감시 가능…'빅브러더' 예고
유럽중앙은행제도(ESCB)가 연구한 CBDC 익명거래 구조. 중앙은행은 CBDC를 발행하되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다. CBDC 예금 보유자가 이를 타인에게 익명으로 송금하려고 중개기관에 스마트폰 앱으로 요청하면 해당 은행은 지불인이 발급받은 ‘익명증서’ 한도금액 이하까지는 AML 감독당국 등에 보고하지 않고 수취인 측 중개기관으로 이체한다.

전 세계 주요 22개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디지털화폐로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거나 적극 검토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금융거래의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는 모든 거래 내용을 전산 기록으로 남긴다. 이를 악용하면 정부나 금융통화당국이 민간의 모든 경제활동을 실시간으로 사찰·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빅브러더’ 논란을 해소하면서도 CBDC의 경제혁신 순기능을 살리기 위한 해법을 관계당국과 학계가 모색하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요주의 대상이다. 올해 위안화를 세계 최초로 CBDC 형식으로 발행해 자국 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대량 유통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빅브러더 논란을 한층 가열시켰다. 중국에서는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제한적이어서 CBDC의 발행·유통기록이 정부 및 공산당의 민간사찰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중국이 CBDC 방식으로 위안화를 발행하려는 이면에는 모든 위안화 거래 내역을 컴퓨터를 통해 감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인 부자들이 (자국 내 과세와 자본통제를 피하려고) 글로벌 금융망을 통해 돈을 해외로 빼내는 국부유출이 일어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중국은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위안화를 CBDC로 발행해 모든 위안화 거래자들의 실명과 거래 내역을 추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 때문인지 중앙은행와 일반고객 간 CBDC 직거래 방식은 피하려는 분위기다. CBDC(세칭 e위안화)를 발행하더라도 이를 중앙은행(인민은행)이 직접 개인·기업·기관 등에 공급하기보다 기존의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공급하는 ‘2단계 발행·유통’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인민은행으로부터 CBDC를 공급 받은 뒤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예금인출, 대출 서비스 등의 방법으로 CBDC를 유통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개인고객이 인민은행과의 직거래가 아닌 시중은행을 통한 중개방식으로 CBDC를 공급받아 사용한다고 해도 프라이버시 보호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중국 당국이 시중은행 고객들의 금융거래 내역도 얼마든지 들여다보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물론 자본주의·민주주의 국가에서도 CBDC가 프라이버시 침해에 악용될 우려는 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는 테러 및 돈세탁 등의 범죄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법상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를 도입한 국가의 은행 등 시중 금융기관들은 고객이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을 거래 및 이체할 경우 해당 내역을 AML·CFT 감독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된다. AML·CFT 당국은 공공기관이므로 정부 입김이 미치면 민간의 CBDC 거래 현황을 사찰하는 데 권한을 남용·오용할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 같은 CBDC의 프라이버시 딜레마를 풀기 위한 선제적 실험이 유럽중앙은행제도(ESCB)에 의해 최근 완료돼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CBDC 익명성에 대한 개념증명(PoC)’ 실험이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ESCB도 중국처럼 ‘중앙은행-금융중개기관-고객’의 구조로 CBDC를 발행·유통하는 2단계 방식을 적용했다. 이때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ESCB는 ‘익명증서(anonymity voucher)’ 제도를 고안했다. 익명증서가 첨부된 CBDC 거래에 대해서는 AML당국의 감시와 승인 없이도 해당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익명증서 1개를 보유한 금융소비자는 해당 증서에 상당하는 금액만큼의 CBDC에 대해 익명거래를 보장 받는다. 예를 들어 CBDC예금자가 익명으로 타인에게 송금을 해줄 것을 자신의 금융중개기관에 요청하면 중개기관은 해당 예금자가 사용하려는 익명증서에 상당하는 CBDC 금액까지는 AML 당국의 모니터링 및 승인을 거치지 않고 송금처리한다. 반면 익명증서 보유량을 넘어서는 결제는 자동으로 AML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치게 된다. 송금자의 익명증서 사용 상한선을 규제하면 해당 상한선을 밑도는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당국의 감시를 거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익명거래를 허용하되 상한선을 넘는 거액거래는 당국의 감시를 받도록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ESCB는 해당 보고서에서 이 같은 개념증명 프로젝트 결과에 대해 “사용자의 소액 거래에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고액 거래에 대해서는 의무적인 AML 및 CFT 검사를 받도록 하는 간편한 CBDC 지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도 디지털화폐 시대에 대비해 금융거래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불법거래 차단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을 심층적으로 연구개발(R&D)해 CBDC 개발 선도국들을 따라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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