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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다시 보자”vs“살 의향 있나” 아시아나 M&A, 부동산에 빗대보니

[발칙한금융]
부동산 값(항공사가치) 폭락하자
현산 중도금(유상증자) 납입 연기
산은도 새 매수인 찾기 쉽잖아 일단 대화시도
현산은 "12주간 추가로 집 보자(재실사)"
산은 "충분히 보여줬다...집 살 의향 있나"
데드라인 11일이 분수령

  • 이태규 기자
  • 2020-08-0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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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HDC, 아시아나, 산업은행, 정몽규, 이동걸, 금호, 부동산, 아파트

“집 다시 보자”vs“살 의향 있나” 아시아나 M&A, 부동산에 빗대보니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를 놓고 HDC현대산업개발, 산업은행, 금호산업 등 관련 주체들이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M&A는 용어도 어렵고 거래 당사자들의 입장도 미묘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부동산 거래에 비유하면 비교적 쉽게 파악이 가능합니다. 아시아나 M&A를 부동산 매매 계약에 빗대 봤습니다.

현산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 이땐 분위기 좋았는데...
우선 지난해 12월 27일 현산과 미래에셋대우는 손을 잡고(컨소시엄 구성) 아시아나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으로부터 아시아나를 매수하는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현산 컨소시엄은 인수대금(2조 5,000억원)의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으로 쏩니다. 우리도 부동산을 매매할 때 매수자가 매도인에게 계약금으로 전체 금액의 10%를 지불하죠. 여기서도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고 보면 됩니다.

“집 다시 보자”vs“살 의향 있나” 아시아나 M&A, 부동산에 빗대보니
정몽규(오른쪽)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DC현대산업개발

그러나 운명의 장난일까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가 덮칩니다. 한국은 2월을 시작으로 확진자가 늘어났고 3월, 4월로 갈수록 해외에서 확산세가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그리고 전세계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비행기가 떠야 임직원 월급도 주고 비행기 대여료도 지불하는데 비행기 자체가 뜨질 못했습니다. 부동산으로 치면 집값이 갑작스럽게 폭락을 한 것이지요.

초유의 코로나 사태...현산, '중도금' 납입 연기
이때부터 현산에도 이상기류가 나타납니다. 현산은 지난 4월 7일 1조 4,7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계획했습니다. 이후 아시아나가 산은과 수출입은행에 진 빚 1조 1,700억원을 곧바로 갚을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유상증자 납입일을 연기했습니다. 부동산 중도금 납입일을 뒤로 미룬 셈이지요. 그리고 4월 29일 현산은 아시아나 주식 취득 예정일도 당초 4월 30일에서 뒤로 미룬다고 공시했습니다. 최종 잔금일자도 뒤로 미룬 것입니다.

그러자 산은은 현산에 6월 27일까지 인수 의지를 밝히라는 공문을 보냅니다. 계약서 상 거래 종결일인 27일까지 답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산은 입장에서는 집을 산다는 사람의 결단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는 없고, 만약 집을 살 의향이 없다면 다른 매수인을 찾든, 집을 리모델링해서 가치를 높이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산 "12주간 재실사" vs 산은 "11일까지 인수의지 증명하라"
이후부터는 현산과 산은-금호고속의 보기드문 ‘공개 핑퐁게임’이 시작됩니다. 현산은 6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작년 말 계약 체결 후 아시아나 부채가 크게 느는 등 상황이 변했으니 재점검 및 원점에서 재협상을 하자”고 요구합니다.

“집 다시 보자”vs“살 의향 있나” 아시아나 M&A, 부동산에 빗대보니

통상의 부동산 거래라면 매도인이 이 같은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산은은 현산의 요구가 달갑지는 않지만 일단 응합니다. 현산 외에 새로운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산은은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의지 표명은 환영한다”면서도 “현산이 먼저 인수조건을 제시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말합니다. 살 의향이 있는 것은 알겠으니 일단 만나서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보자는 것이었죠.

이후 6월 26일 정몽규 회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은 만나긴 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진전은 없었습니다. 현산은 8월부터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산은은 인수의지를 보이면 ‘제한적 재실사’가 가능하다며 일축했고 8월 11일까지를 인수의지를 증명할 데드라인으로 정했습니다. 12주간 집을 또 보여줬다가는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꼬투리만 잡힐 수 있어 현산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500억 계약금 놓고 소송전 갈 듯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시장에서는 딜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고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산 측은 그동안 계속된 보도자료에서처럼 “인수의지는 확고했다”면서도 “계약 이후 아시아나의 부채가 2조 8,000억이나 추가 인식되고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사모펀드 투자손실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보여 12주의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금호산업과 산은이 거절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집을 살 의향이 확고했다. 그런데 보아하니 집에 여러 문제가 있는 것 같더라. 다시 실사를 하자고 했지만 매도인 측이 거절했다. 딜이 무산된 귀책사유는 금호와 산은에 있다’는 뜻입니다.

“집 다시 보자”vs“살 의향 있나” 아시아나 M&A, 부동산에 빗대보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은행

금호고속과 산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이동걸 회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계약이 무산될 경우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며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산은 측은 “현산이 대면협상에도 응하지 않는 등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었고 7주간의 실사, 수개월의 인수준비 등이 있었음에도 추가로 12주간 재실사를 허락할 수는 없었다”고 받아칠 것으로 보입니다. 산은이 데드라인으로 정한 오는 11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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