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실시간

'돈만 밝힌다? 경영능력은 더 알아줍니다'…PEF의 재발견

투자 후 외부 인재영입·사업 아이디어 등 적극 관여
이사회 중심 운영·불필요한 투자 견제 등 강점

  • 임세원 기자
  • 2021-04-15 08:06:57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시그널] '돈만 밝힌다? 경영능력은 더 알아줍니다'…PEF의 재발견


통상 사모펀드(PEF)운용사는 재무만 밝다고 인식되지만, 경험을 쌓아 기업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모투자 역사가 긴 해외에서 재무적투자자와 전략적투자자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추세다. 국내 PEF도 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 능력과 투자 기업간 시너지를 내는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대한전선 경영권을 인수한 후 주요 경영진을 유지하기로 했다. 호반건설은 IMM PE가 2015년 인수한 후 영입한 나형균 사장을 사내이사를 비롯해 김윤수 부사장, 이기원 재무기획실장 등 기존 경영진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통상 기업 경영권이 바뀔 때 PEF가 영입한 인물은 PEF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겨 새 대주주로 바뀌면서 함께 교체해온 관행에 비춰 이례적이다.


나형균 사장은 2015년 대한전선에 합류하기 전에는 대형 회계법인에서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일했다. 대한전선 사장이 된 2019년부터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직접 영업에 나서면서 지난해 덴마크와 네덜란드에서 수주에 성공했다. 2015년 말 IMM PE가 인수할 당시 당기순이익이 572억 원 적자였던 회사는 지난해 말 243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1세대 운용사인 H&Q코리아는 기업들 사이에서 깐깐하다고 소문난 투자자다. 경영권 인수가 아닌 소수지분 투자일 때도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피투자기업에서 H&Q 측에게 이사회 대리 참석시 필요한 도장을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H&Q가 당연히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이유였지만 속내는 피투자기업이 일종의 텃세를 부린 것이다. H&Q는 직접 서명하겠다며 이를 물리쳤고, 매번 이사회에 참석했다.


피투자기업이 핵심 사업과 관련이 없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사거나, 골프장을 인수하려고 할 때 H&Q측은 이사회 안건 여부와 관계 없이 적극 반대했다. 해당 기업은 H&Q의 만류로 투자를 접었는데, 이후 키코 사태가 터지면서 경쟁사들과 달리 당시 남겨둔 자금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다.


H&Q 역시 경영진 영입에 직접 나섰다. 2015년 일동제약에 소수지분을 투자한 뒤 데려온 서진식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까지 일동제약을 이끌고 있다. H&Q는 실사 과정에서 기업 재편을 위해 필요한 자질을 지닌 20여 명의 후보를 직접 접촉한 뒤 최종 후보 2~3명을 오너 등 일동제약 경영진에 추천했다.서 부사장은 글로벌 제약사인 한국얀센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한 인물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1월 1,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KB증권 PE사업부 등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비교적 신생사인 글랜우드 PE는 대기업으로부터 사업 아이디어를 인정받은 사례다. 최근 CJ올리브영 소수지분 인수 입찰에서 경쟁자를 물리친 배경은 수년전 동양매직(현 SK매직) 경영을 CJ그룹이 눈여겨 본 결과다. 글랜우드 PE는 동양매직 고객 계정을 활용해 동양매직의 전기레인지 등 조리기구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등 냉동식품과 결합한 서비스를 추진했다. 냉동식품의 QR코드를 조리기구가 인식해 적절한 조리 환경을 인식하고 이를 사용자에 전송한다. 맞벌이 부부가 밖에 있어도 자녀가 혼자 끼니를 챙겨 먹는 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과 협업을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의 잠재력 중 하나로 인식해 인수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번 올리브영 인수에서도 CJ측은 당시 그 사례를 상기하며 글랜우드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글랜우드는 CJ올리브영 투자 후 경영진에 기존 점포 확장보다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화 하는 방안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피투자기업이 사모펀드에 개방된 자세를 갖고 있다면, 이사회 운영을 강화하고 오너 개인 의지로 인한 불필요한 투자를 견제하면서 기업 가치를 키울 수 있다”면서 “사모펀드가 외부 인재를 영입하면 사내 정치 등에 무관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그널] '돈만 밝힌다? 경영능력은 더 알아줍니다'…PEF의 재발견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