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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마른 9억 거래…전방위 규제에 더 외곽으로 밀린다[집슐랭]

'9억초과 대출규제' 시행 2년 간 전용 59㎡이상 거래 전수조사
9억 이하 거래비중 70%서 37%로 급감…10건 중 6건 '대출제한'
15억 초고가 거래 비중은 계속 증가…양극화 극심
9억 이하 50% 이상 자치구 18곳→9곳 '반토막'
"규제 전 대출받은 사람이 승리자…규제 패키지로 풀어야"

  • 진동영 기자
  • 2022-03-02 06: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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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의 모습./성형주기자


정부의 현실과 동떨어진 대출규제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9억원’을 기준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한지 2년여 만에 서울 아파트 거래 10건 중 6건 이상이 대출 규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경제가 2019년 12·16대책 이후인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신고된 서울 전용면적 59㎡ 이상 아파트 거래를 전수 분석한 결과 ‘대출 규제 영향권’을 벗어난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2020년 상반기 70.4%였지만 최근 6개월(2021년 9월~2022년 2월 28일)에는 37.3%로 급감했다. 최근 거래 10건 중 6건 이상은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정부는 12·16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선을 9억원으로 정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시 대출금액을 제한하거나 대출 자체를 막고 있다. 1인 가구나 투자 수요가 몰리는 초소형 면적형을 제외하면 실수요자들이 대출 도움 없이 살 수 있었던 거래가 3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규제 시행 후 6개월 단위로 거래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상반기 전용 59㎡ 이상 거래 중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70.4%였지만 하반기에는 51.3%로 급락했다. 이후 2021년 상반기 45.8%, 2021년 하반기 39.7%로 감소하는 추세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가운데 ‘레버리지’ 역할을 할 대출 접근 기회가 막히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금의 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실수요자나 저소득층을 괴롭히는 정책”이라며 “금융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더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주택담보대출(LTV) 규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시도하는 실수요층은 점점 더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나마 대출 도움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외곽·구축·소형’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가능한 수준으로 희소해지는 중이다. 반면 15억원을 넘겨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규제와 관계없이 계속 증가하는 중이다. 대출 규제 여파로 실수요층은 사고 싶어도 집을 못사고, 현금 부자들은 규제의 영향권 밖에서 좋은 집을 독식하는 ‘양극화’만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출 없인 집 못사는데…규제 안받는 집은 갈수록 줄어


12·16대책이 시행된 직후인 2020년 상반기(1~6월) 전용 59㎡ 이상 서울 아파트 거래는 총 3만 5424건이었는데 이중 9억원 이하 거래는 2만 4923건으로 전체의 70.4%에 달했다. 하지만 규제 이후에도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9억원 이하 거래는 크게 감소하는 추세가 됐다. 이 비율은 2020년 하반기 51.3%로 급락한 데 이어 2021년 상반기 45.8%, 2021년 하반기 39.7%로 꾸준히 낮아졌다. 최근 6개월(2021년 9월~2022년 2월 28일 현재) 기준으로 보면 이 비율은 37.3% 수준이다.

대출 규제 영향권 밖에 있는 9억원 이하 물량을 찾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용 59㎡ 이상 거래 중 9억원 이하 비중은 2020년 상반기에 도봉구가 99.4%, 중랑구가 99.0%를 기록하는 등 서울 25개 구 중 9개 구에서 90% 이상에 달했다. 50%를 넘는 곳으로 범위를 넓히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광진구 등 7개 구를 제외한 18개 구가 해당했다. 하지만 2년여 만에 9억원 이하 거래는 외곽 구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6개월 간 거래 비중을 보면 9억원 이하 거래가 90%를 넘는 자치구는 한 곳도 없고, 50%를 넘는 곳도 9곳 뿐이다. 강북·도봉·금천·중랑·노원·구로·관악·강서·은평구 등 서울 가장자리에 위치한 구들로 한정되는 모습이다. 그나마 외곽에서도 신축 아파트들은 9억원 이하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 구축을 피하려는 수요층은 경기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들의 거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전용 59㎡ 이상 거래 중 15억원 초과 비중은 2020년 상반기 9.4%에서 최근 6개월 26.1%로 치솟았다. 2020년 상반기에는 15억 초과 거래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긴 자치구가 강남3구와 용산구 등 4개 구 뿐이었지만 최근 6개월에는 20%를 넘긴 자치구만 13개 구에 달한다. 집값 상승 속 각종 규제로 실수요층의 거래 건수는 급감하고 있지만 초고가 거래는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로 실수요층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좁아지면서 역설적으로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부자들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중이다.

양극화 부추기는 규제…"패키지로 규제 풀어야"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KB부동산의 2월 월간주택 통계를 보면 서울 한강 이남 11개구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15억 1210만원으로 대출 금지선을 돌파했다. 강북 14개구도 10억 487만원으로 10억원을 넘겼다. 평균적인 수준의 집이라면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빚을 내 집을 사려고 해도 서울에서는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한데, 기본 자산이 없다면 고소득 월급 소득자라도 집을 사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일례로 10억원짜리 집이라면 현재 대출 규제 아래서는 3억 8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한데, 이 경우 다른 자산이 없다면 각종 거래 비용과 세금을 제하더라도 6억 2000만원의 현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더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직장인들은 집 살 기회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경우 선택지는 경기권으로 나가거나, 서울 내에서 전월세로 사는 방법 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출 규제가 양극화를 부추기는 실패작이라며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원을 넘고 있는데 9억원을 규제 기준선으로 정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대출 규제에서는 미리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만 승리자가 되는 구조”라며 “지금처럼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대출 규제만 풀어서는 수요가 증폭돼 위험할 수 있다. 거래세를 낮춰서 시장에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정책을 패키지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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