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이 아닌 금융 상품으로 재분류하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이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빠르게 편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치노 다케시 바이낸스 재팬 대표는 11일 제3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에서 “일본의 규제 환경은 초기에는 보수적이었지만 단계적 개편을 거치며 점차 시장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7년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가상화폐를 법률상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당시에는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가상화폐가 금융상품 성격을 띠고 있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금융상품거래법으로의 이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제도 전환이 이뤄지면 보수적 금융기관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치노 대표는 “규제 체계가 정비될수록 금융기관이 보다 명확한 환경에서 참여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제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는 가상화폐 거래 수익이 종합과세 대상이 되면서 최고 55%의 세율이 적용된다”며 “금융상품으로 분류될 경우 주식과 같은 20% 분리과세 체계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규제 변화와 맞물려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치노 대표는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움직임이 늘고 있다”면서도 “아직 대중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올해 추가 발행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본 내 가상화폐 거래 계좌 수는 약 1300만 개에 달한다. 중복 계좌를 포함한 수치지만 가상화폐가 특정 투자자층을 넘어 점차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그는 일본 시장의 또 다른 특징으로 기존 소비자 플랫폼과 웹3의 결합을 언급했다. 치노 대표는 “일반 이용자에게 가상화폐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는 지갑 생성이나 프라이빗키 관리 등 복잡한 절차 때문”이라며 “페이페이와 같은 기존 결제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자연스럽게 접목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낸스 재팬 역시 일본의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수해 현지 시장에 안착한 사례다. 바이낸스는 한국에서도 고팍스 인수를 통해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화 전략의 핵심을 묻는 질문에 치노 대표는 “현지 규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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