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1분기 변동성 장세 속에서 저평가 종목과 방어주를 중심으로 리밸런싱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무게중심은 여전히 코스피 대형주에 기운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종목들에 대한 매수세를 두 분기 연속 확대했다.
14일 국민연금의 1분기 주식 대량 보유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내 증시에서 지분 확대 공시는 코스피 96건, 코스닥 46건 등 총 14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111건) 대비 31건 증가한 수준으로 코스피 종목에 70% 가까이 집중되며 대형주 중심의 비중 확대 흐름이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상 특정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 지분이 1%포인트 이상 변동될 경우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전 분기 대비 지분 상승 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카지노 운영 업체인 파라다이스로 7.13%에서 11.37%로 4.24%포인트 늘었다. 뒤이어 한섬(6.29%→9.55%), 한화비전(7.44%→9.66%), 코오롱인더스트리(7.74%→9.89%) 등이 가파른 확대세를 보였다. 반면 최대주주인 EQT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참여해 투자금을 회수한 더존비즈온(8.22%→0.94%)을 비롯해 삼성SDS·이수페타시스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비중은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국내 증시에서 저평가된 종목들이 대거 담겼다는 점이다. 지분 증가 폭 1위를 기록한 파라다이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1배 수준으로 코스피 평균(1.86배)을 한참 밑돈다. 한섬(0.36배), 코오롱인더(0.76배) 등도 동일 업종 내 경쟁사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번에 신규 편입된 9개사 중에서도 6개사가 PBR 1배를 하회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PBR이 0.3~0.4배 수준에 머무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주가 정상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도 올 7월부터 저PBR 기업 리스트를 반기별로 공표하고 종목명에 관련 태그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종별로는 화학·정유 업종에서 비중 확대가 이어졌다. 대한유화·유니드·S-OIL 등은 일제히 1%포인트 안팎으로 지분이 늘었다. 경기민감주 중에서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은 종목들의 비중을 늘린 셈이다. 금융주 역시 이익 방어력과 함께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기대가 부각되면서 KB금융·DB손해보험 등의 지분을 나란히 확대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에서 방어주를 중심으로 안정적 운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에서는 반도체 소부장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 매수가 두드러졌다. 하나머티리얼즈(5.01%→6.11%), 브이엠(5.05%→7.05%), 코리아써키트(5.05%→6.38%) 등의 지분이 늘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분기에 해당 종목들을 새로 담으며 공시 의무가 발생했고 이번에도 지분을 더욱 확대했다.
이들 종목은 반도체 공정 소재·부품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로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따른 낙수효과가 기대되는 대표 업종으로 지목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소부장 업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의 신규 투자로 인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이 확인될 것”이라며 “대외변수로 주가가 하락하는 구간을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고 짚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