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대기업도 꽂힌 ‘제로금리 CB’…최근 6개월간 1.1조 조달 성공[시그널]

■발행규모 50% 이상 증가
SK이노 6000억·KAI 5000억 등
증시 랠리 업고 활용도 확대 추세
차익실현 기대 속 성장성도 ‘한몫’
2차전지·석화 업종은 발행 주저

  • 권순철 기자
  • 2026-05-03 14:16:16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view_hashview_hash
여의도 증권가. 뉴스1
여의도 증권가. 뉴스1

국내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면서 대기업들도 표면금리와 만기 보장 수익률이 ‘0’인 전환사채(CB) 활용도를 늘리는 추세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 이자 수익을 내걸지 않아도 투자 기관들의 수요가 견고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강세장에서 소외된 대기업들의 제로금리 CB는 외면 받고 있어 업종별 양극화도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이자율 0%를 앞세운 대기업 CB는 총 1조 1000억 원이 발행됐다.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096770)이 발행한 6000억 원과 올해 초 한국항공우주(047810)(KAI)의 5000억 원을 합산한 수치다. 직전 4개년(2022~2025년) 동안 SK오션플랜트·하이브·대한전선·카카오 등이 7200억 원 안팎을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50% 넘게 늘었다.

시장에서는 CB 발행 조건을 두고 협상의 주도권이 대기업으로 쏠린 결과로 보는 분위기다. CB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기관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뿐만 아니라 이자 수익으로 하방을 방어하려는 경향이 강해 제로금리는 통상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대기업이 발행하는 메자닌은 디폴트 리스크가 낮고 공급도 희소했던 탓에 때마침 풀린 대규모 물량을 운용사들이 앞다퉈 담으면서 발행사가 협상력을 쥐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증시 활황 흐름이 수요 강세 흐름에 도화선이 됐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이자 수익으로 하방을 방어하지 않아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기대가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제로금리 CB를 발행한 KAI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회사는 이사회 결의일인 2월 5일 기준 종가(16만 2000원) 대비 14% 높은 전환가액(18만 5165원)에 합의하며 상승 여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확고한 성장 스토리도 한몫한 모습이다. KAI의 경우 CB 발행 대금의 대부분(4000억 원)을 한국형 전투기인 KF-21 보라매 양산에 투입하기로 했다. KAI가 영위하고 있는 방산·항공우주 산업은 국가적으로 주목 받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2692억 원)도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경신, 투자자들도 전향적인 베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우호적인 상황에서 메자닌 발행 목적이 성장 발판 마련과 긴밀하게 연관되자 자금이 집중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성장성과 주가 상승 여력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할 경우 시장의 외면을 받는 사례도 뒤따랐다. 올해 초 40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제로금리 형태의 CB를 택했지만 투자자들의 저조한 관심 속에 철회를 결정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2464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SKIET는 2차전지 업황 부진 속에 주가가 2만 60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강세장에서 소외된 업종의 대기업들도 제로금리 CB 발행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최근 6개월 동안 CB를 발행한 아시아나항공·효성화학은 각각 4.70%, 4.00%의 만기 보장 수익률을 내걸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석유화학 등 비우호적 업종 내 기업들은 4% 이상의 이자 수익까지 보장해줘야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