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외화채권(KP) 시장에 올해 650억 달러가 넘는 만기가 돌아오면서 차환 부담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2022년 글로벌 긴축과 고금리 국면에서 발행사들이 만기를 짧게 설정한 여파가 올해 한꺼번에 나타나는 셈이다. 여기에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한도 상향, 대미투자기금채 발행, 국민연금 외화채 발행 가능성까지 맞물리며 공급 확대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KP 물량은 650억 3950만 달러(약 96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44억 6950만 달러(약 80조 4200억 원), 2024년 426억 5480만 달러(약 63조 원) 대비 크게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최대 만기 도래 규모다. KP는 국내 기관이 해외에서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공사·공단, 은행, 우량 기업 등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는 게 특징이다.
올해 KP물의 만기 물량이 급증한 배경에는 2022년 발행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달러 조달 비용이 높아지자 발행사들이 장기물 대신 단기물 발행을 택한 여파다. 이에 올해 일시적으로 차환 물량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급 만기 도래와 함께 신규 공급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외화 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를 기존 정부안 14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높인 데다 대미투자기금채와 국민연금 외화채 발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미투자기금의 경우 총 35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투자 계획 가운데 현금 지원 2000억 달러의 연간 최대 한도가 200억 달러이며, 이 중 50억 달러를 대미투자기금 기금채로 조달할 수 있다. 국민연금 외화채의 경우 국민연금이 직접 달러를 조달해 해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다만 단기간에 공급 부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평채는 실제 발행이 아니라 발행 한도 상향이고 대미투자기금채 역시 한국투자공사(KIC) 운용 수익 활용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수요 측면에서 2021년 헝다 사태 이후 중국계 외화채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늘어나면서 KP의 구조적 기반이 확대된 점 또한 공급 우려를 완화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계 외화채의 디폴트는 아시아 외화채 시장 내 자금 흐름 재편을 야기했다”며 “KP는 안정적인 신용도와 트랙 레코드로 반사 수혜를 누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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