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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스피 8000 앞에서 시장이 던진 질문

변수연 마켓시그널부 기자

  • 변수연 기자
  • 2026-05-14 18: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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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중국 증시가 장기간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입니다. 한국 증시가 외국인투자가들에게 그렇게 비쳐서는 안 됩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가 최근 시장 분위기를 설명하며 꺼낸 말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 기업의 초과 이윤 일부를 ‘국민배당금’ 형태로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시장은 즉각 흔들렸다. 코스피는 8000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하락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발언의 영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고,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도 김 실장의 발언이 미친 영향에 대한 직접적인 분석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리서치센터장들은 해당 발언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재료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같은 시간대 하락했던 대만 자취엔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후 반등해 상승 마감했다”며 “코스피만 하락 마감한 데는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내부 논의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고 “초과 이윤이 아니라 초과 세수”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시장도 실제 정책화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분위기지만 ‘방향성’을 둘러싼 경계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장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건 ‘초과 이윤’이라는 표현 그 자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경험한 기억이 있고, 최근 은행권을 향한 상생금융·서민 지원 압박이 이어지면서 “많이 벌면 결국 정부가 가져간다”는 인식이 시장 저변에 깊이 각인돼 있다. AI·반도체 랠리로 코스피가 급등하는 국면에서도 은행주가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그 우려가 반도체 기업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이 고개를 든 것이다.

정치권에서 ‘초과 이윤’ ‘초과 세수’라는 표현 자체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이 던지고 있는 질문은 오직 하나다. ‘한국 시장의 룰은 예측 가능한가.’ 코스피 1만 시대를 거론하는 지금,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약속이 아니다. 기업이 번 돈의 규칙이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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