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4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금리 불확실성이 올해 들어서도 회사채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급부상하면서 기업들의 조달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실제 금리 인상이 단행되기 전 서둘러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회사채 발행 규모는 50조 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59조 8885억 원) 대비 16.5% 감소한 수준으로 4년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회사채 발행이 주춤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금리가 꼽힌다. 올해 들어 반도체 호황과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로 금리가 급격하게 치솟으며 조달 비용이 높아진 여파다. 실제 이달 15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65%로 2023년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자 시장금리도 자극을 받으면서 신용등급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4.378%까지 뛰었다. 올해 들어서만 무려 91.9bp(1bp=0.01%포인트)가 오른 셈이다.
최근 들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연내 3~4회 기준금리 인상에 준하는 경계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에 기업들은 금리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회사채 발행 대신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낮은 조달 방식을 택하는 분위기다. 유상증자나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자본성 조달을 적극 활용하거나 전환사채(CB)와 같은 메자닌 방식을 고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발작이 일어날 경우 기업들의 자금 조달 선택지에서 회사채가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금리가 올라 회사채 발행을 못했던 기업 위주로 적정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데 시장금리가 10bp 이상 뛰며 혼란이 커졌다”면서 “은행들이 굉장히 낮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앞세워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만큼 회사채 발행 유인은 낮아지고 금융기관 차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실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기 전에 서둘러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통상 5월은 회사채 발행 비수기로 꼽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낮은 조달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LG전자·대한항공·신세계·한국투자증권 등이 이달 회사채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시장금리가 더 뛸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서둘러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분위기”라며 “시장이 한산한 만큼 기관 수급이 받쳐주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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