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사채 순발행액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르면 7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금리에 이 같은 경계감이 반영돼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용등급별 양극화도 심해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자금 조달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회사채 순발행액은 899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8829억 원) 이후 10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발행액이 20조 3507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25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시장이 잠잠하다”며 “눈에 띄는 딜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회사채 시장이 냉각된 가장 큰 이유로는 금리 상승이 꼽힌다. 연초부터 고금리 여파로 발행이 감소한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과 반도체 호황이 맞물리며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자 시장금리가 급등한 여파다. 실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들어 이달 1일까지 83.9bp(1bp=0.0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3년 만기 AA-급 회사채 금리는 94.6bp 뛰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을 우려해 매파적인 태도를 취하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점도 회사채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지만 신현송 한은 총재가 물가·환율·부동산 등을 이유로 들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회사채 시장 내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우량 등급 기업의 수요예측에는 조(兆) 단위의 자금이 몰리지만 업황이 부진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곳은 미매각이 속출했다. 전날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쇼핑은 1조 850억 원의 유효 주문을 받았다. 롯데쇼핑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다. 반면 가장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비우량채로 분류되는 동화기업(신용등급 BBB+)은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같은 비우량 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업황에 따라 차별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대한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시장에서 비우량으로 분류되는 A지만 최근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5배를 뛰어넘는 1조 1140억 원 상당의 자금이 몰렸다.
하반기 회사채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경계에도 우량물 중심의 캐리 트레이드(금리 차이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거래)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 이미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 부분 선반영되면서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가 축소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용등급별 온도차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는 하반기에도 순상환 기조가 예상돼 발행 부담은 크지 않지만 업종간 실적 차별화와 금융 비용 부담이 맞물리며 비우량 등급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금리는 연내 2회 이상 인상 가능성을 미리 반영한 수준”이라며 “업종간 K자형 신용 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고 BBB+등급 이하 기업들은 유동성 대응에 대해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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