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가 여천NC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손실 기조가 이어진 데다 재무구조 저하와 주주사 자금지원 의존도 확대가 등급 하향의 주요 근거가 됐다.
한신평은 12일 여천NCC의 제84-2회 외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낮춘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업황 부진 영향으로 손실 기조가 장기화되며 재무구조가 저하됐다”며 “주주사 자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했고 올해 2분기 실적 반등에도 중장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평가했다.
신용등급 하향의 핵심 배경은 석유화학 업황 침체다. 2022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의 자급률 상승, 대규모 설비 증설이 맞물리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여천NCC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514억 원으로 손실 규모가 재차 확대됐고 4년 연속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미국·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유가 상승에도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고 24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재무 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주사 대여금 3000억 원이 출자 전환되며 자본 확충이 이뤄졌지만 이익 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다. 올 3월 말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1조 4824억 원, 1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연 환산 기준 순차입금/EBITDA는 16.4배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222.8%, 차입금의존도는 58.4% 수준이다.
주주사 지원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여천NCC는 지난해 3월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같은 해 8월 양 주주사로부터 총 3000억 원의 대여금을 받았고 이를 11월 출자 전환했다. 올해 3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2100억 원도 주주사 신용보강을 통해 유동화대출약정(ABL) 차입금으로 차환했다. 한신평은 “현재 EBITDA 창출 규모와 더딘 수익성 개선 전망을 감안하면 자체적인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2분기 실적 반등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쟁 이전 낮은 가격으로 확보한 나프타 투입, 공급 축소에 따른 판매단가 강세, 정부의 원가 보조 정책 등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영업 흑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5월 이후 주요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고유가와 경기 둔화로 전방 수요가 약화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이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유동성 대응도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혔다.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난달 18일 여천NCC에 대한 수입신용장 한도를 3억 달러 증액하는 등 금융지원을 시행하고 있어 은행 차입금 만기 차환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제79회 300억 원, 제80회 100억 원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낮아질 경우 강제 조기상환 조건에 해당한다. 이번 등급 하락으로 여천NCC의 유동성 대응 부담이 커진 만큼 한신평은 기한 내 상환 여부와 유동성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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