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2조 원 상당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유상증자 대신 지분 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세 차례 정정을 거친 끝에 유상증자 계획을 확정했지만 규모가 당초 목표였던 2조 4000억 원에서 1조 7000억 원으로 줄었다. 한화그룹이 일반적인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정리하면 손쉽게 조 원 단위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대’ 대표는 12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게재한 글을 통해 “현재 한화솔루션의 재무 상황은 유상증자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주가 하락으로 인해 유상증자가 성공하더라도 애초 의도했던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화그룹이) 고려아연 지분을 매수한 자금은 오너(지배주주) 일가의 돈이 아니고 회사의 돈이고 주주들의 돈”이라며 “고려아연 지분의 매각을 요구한다”고 했다.
한화그룹은 시가 2조 원 상당의 고려아연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고려아연 주식 23만 8358주(지분율 1.1%), 한화임팩트는 37만 3820주(1.8%), 한화파워는 99만 3158주(4.8%)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한화그룹 계열사 3곳이 가진 지분율 7.7% 상당의 고려아연 주식은 12일 종가 기준 1조 9303억 원으로 일부를 남겨도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2022년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한 뒤 처분하지 않고 있다.
한화 계열사들은 유상증자를 연이어 시도해왔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3월 2조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뒤 금융감독원의 심사 과정에서 두 차례 정정 요구를 받아 목표 규모를 기존 2조 4000억 원에서 1조 8000억 원으로 줄였다. 지난달 26일에는 자진 정정을 통해 조달 규모를 1000억 원 더 줄였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상 최대인 2조 9188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연대의 반발이 나오는 등 진통이 작지 않았다.
자본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이 현재 영업에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는 고려아연 주식을 시장에서 처분하는 것이 지분 희석 논란이 불가피한 유상증자보다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본다. 고려아연 지분 매각을 선택하면 블록딜 방식을 택하는 것이 유력하다. 고려아연은 시가총액이 수십조 원으로 주가 하락 없이 7% 이상의 지분을 장내에서 처분하는 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블록딜을 실시하면 일반적으로 전날 종가를 5%가량 할인해 복수의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나눠 팔게 된다.
주주연대 대표는 “고려아연 지분 매각이라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했음에도 이에 전혀 응답하지 않은 회사 관계자들의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다시 한 번 고려아연 지분의 매각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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