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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 많지만 장기투자는 글쎄”…해외 큰손들이 본 韓증시 과제는

T+1·거래시간 연장은 기본 조건
“밸류업·주주환원 지속성 보여야”
외환·공매도·청산 인프라도 과제

  • 런던=변수연 기자, 홍콩=정유민 기자, 뉴욕=윤지영 기자
  • 2026-07-10 0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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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석 한국투자증권 런던법인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유럽 기관투자자들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런던=변수연기자
기민석 한국투자증권 런던법인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유럽 기관투자자들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런던=변수연기자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이 결제주기 단축(T+1)과 거래시간 연장 등 시장 인프라 개편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한국이 장기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제도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의 지속성, 외환시장 접근성 등을 함께 개선해 시장에 대한 신뢰와 투자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9일 기민석 한국투자증권 런던법인장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유럽 기관투자자들을 일대일로 만나보면 최근 한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는 아쉬움을 드러낸다”며 “그러면서도 장기 투자를 중시하는 기관들은 단기간 급등한 시장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기업의 본질적인 성장성과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의 랠리가 이어지면서 유럽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은 최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기 법인장은 현지 기관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한국 기업과의 일대일 미팅을 잇따라 주선하고 있다.

기 법인장은 한국에서 장기 자금 유입의 전환점으로 기대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역시 그 자체로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한국에서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장기 자금 유입의 터닝포인트로 생각하지만 유럽 기관투자자들이 실제 장기 투자를 집행할 때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기업의 거버넌스와 밸류”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정책 효과가 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기 법인장은 “기관투자자들은 업의 자발적인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며 “특히 코스닥 기업에 대해서는 투명한 경영 공시와 함께 쌓아둔 현금을 주주에게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신병목 한국거래소 뉴욕사무소장은 “현지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밸류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지속적인 공시와 시장과의 소통으로 이어질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전했다.

해외 투자자의 의견을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도 시장 신뢰를 높이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SK하이닉스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위탁증거금 100% 납부와 대용증권 활용 제한이 적용되자 일부 해외 투자자들은 기존 포지션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후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 상위 100위 종목을 투자경고종목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을 개정하자 뉴욕 기관투자자들은 해외 투자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접근성을 높여달라는 요구도 거세다. 데이비드 프리들랜드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통화(Currency)”라며 원화 접근성과 환전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위안화를 홍콩으로 옮긴 뒤 달러를 거쳐 다시 원화로 환전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홍콩이 환전과 자금 이동을 중개하는 국제 금융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동과 원화 접근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제약이 크다는 평가다.

프리들랜드 총괄은 공매도와 청산 인프라 등 시장 구조의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공매도가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헤지와 유동성 공급을 위한 중요한 기능”이라며 “주식과 선물·옵션 간 크로스마진과 청산 인프라가 개선되면 기관투자자의 자금 운용 효율성이 높아지고 시장 유동성과 해외 투자자 유입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프리들랜드(David Friedland) IBKR 아태 지역 총괄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정유민 기자
데이비드 프리들랜드(David Friedland) IBKR 아태 지역 총괄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정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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