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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글로벌 시총 90%가 T+1…“韓도 ‘뉴노멀’ 발 맞춰야 더 매력”

[세계가 러브콜 K자본시장]
<하> 밤낮 없는 글로벌 ‘유동성 전쟁’
LSEG·HKEX 후발주자지만
“美의 시행착오까지 배워 개편’
예산 확보 등 ‘실행 모드’ 돌입
24시간 거래 도입 등도 예고
韓도 ‘정산 하루 단축’ 한다지만
구체적 제도 개편 논의는 더뎌

  • 런던=변수연 기자, 홍콩=정유민 기자
  • 2026-07-09 1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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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본사 내부에 주가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런던=변수연 기자
영국 런던의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본사 내부에 주가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런던=변수연 기자

런던 금융가를 돌며 만난 현지 시장 관계자들 입에서는 공통적으로 ‘미국’이 등장했다.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 자금은 미국으로 쏠리고 자국 기업마저 더 큰 유동성을 찾아 뉴욕행을 택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이 2024년 T+1(매수일로부터 1영업일) 전환을 마친 데 이어 나스닥 등 주요 거래소들이 올 하반기 24시간 거래 도입을 예고하면서 영국도 기존 시장구조를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짙었다. 최근 한국 증시 시가총액이 영국을 추월하는 등 아시아 시장의 존재감이 커진 점 역시 현지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영국은 유럽연합(EU), 스위스와 함께 내년 10월 11일부터 주식 결제 주기를 현행 T+2에서 T+1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관계자는 “T+1 전환은 내년 10월 도입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24시간 거래를 포함한 거래시간 연장에 대해서도 빠른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거래시간 연장과 T+1 전환은 별개로, 어느 것이든 먼저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LSEG는 이미 한국 등 해외 증권사들을 상대로 24시간 거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영국은 자국 투자자의 증시 참여율이 낮고 예금 등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한 편이다. 따라서 잠자고 있는 개인 자금을 증시로 유도하고 밖으로는 글로벌 투자자와 유동성을 끌어들이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모습이다. 한국의 예탁결제원(KSD) 격인 유로클리어 영국·인터내셔널(EUI)의 크리스 엘름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T+1 전환 과정에서는 거래 후 업무를 자동화한 기업일수록 전환 효과를 빠르게 누렸지만 수작업에 의존한 기업들은 비용 부담과 운영상 어려움이 훨씬 컸다”며 “이런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내년 10월 시행에 앞서 자동화와 데이터 품질, 운영 준비에 집중함으로써 후발 주자의 이점을 살리겠다”고 설명했다.

영국이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충분한 준비 기간과 단계적 이행이 있다. 영국은 2025년 2월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한 뒤 규정 개정과 금융회사 시스템 점검, 거래 후 업무 자동화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 10월 T+1 체제 전환까지 세부 계획 확정 이후 약 2년 8개월을 준비에 쓰는 셈이다. 이번 개편이 ‘나 홀로 전환’이 아니라는 것 또한 강점이다. EU와 스위스도 같은 시기 T+1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권역 단위로 시스템과 업무 절차를 정비하고 국경 간 거래의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앤드루 더글러스 영국 결제주기단축태스크포스(TF) 의장은 “현재 영국 시장의 T+1 전환 참여 수준은 같은 시기의 미국보다 앞서 있으며 시장 전반의 추진력은 이미 형성됐다”며 “최근 설문에서 관련 기업의 90%가 올해 말까지 T+1 관련 작업 범위를 확정하고 예산을 확보할 것으로 답했다”고 강조했다.

유태석 홍콩거래소 글로벌 고객개발본부장이 홍콩거래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유민 기자
유태석 홍콩거래소 글로벌 고객개발본부장이 홍콩거래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유민 기자

이처럼 빨라지는 글로벌 자본시장 시계는 영국만의 일이 아니다.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도 내년 4분기 T+1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내년 하반기면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90%에 T+1 체계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태석 홍콩거래소(HKEX) 글로벌 고객개발본부장은 “아시아만 T+2를 유지하면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때 추가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그만큼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 역시 T+1으로 가야 글로벌 자금이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과 홍콩은 단순히 투자 편의성 문제가 아니라 시장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판단하에 24시간 주식거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올해 T+1 결제 체계와 주권 전산화 작업을 진행한 뒤 거래시간 연장 여부를 고민할 예정이다. 유 본부장은 “현재 한국은 오후 3시 30분, 홍콩은 한국 시각 기준 오후 5시에 거래를 마친다”며 “상장지수펀드(ETF)나 차익 거래를 하는 투자자와 마켓메이커 입장에서는 이 1시간 30분 차이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거래시간이 비슷해질수록 양 시장을 오가는 거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과 유럽·홍콩까지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장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도 높아진 증시 위상을 장기 투자 자금 유입으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내년 10월 T+1을 도입할 방안이나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태고 한국거래소의 오전 7시 프리마켓 개설은 올해 9월에서 내년 말로 연기됐다. 기민석 한국투자증권 런던법인장은 “유럽 기관투자가들을 일대일로 만나보면 한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는 아쉬움을 드러낸다”며 “그러면서도 장기 투자를 중시하는 기관들은 단기간 급등한 시장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기업의 본질적인 성장성과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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