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모 회사채 발행 규모가 9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스라엘 전쟁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률 전망 상향 등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발행이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안정적인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는 사모 방식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사모채 발행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10일 본드웹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된 사모채(일반 회사채, 신종자본증권 포함)는 총 9조 46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 규모(13조 9940억 원)의 약 68%에 해당한다. 이달 들어서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사모채 시장을 찾았으며 풀무원 역시 신종자본증권을 사모 방식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건설 업종이 앞다퉈 사모채 시장을 찾았다. 최근 한달 새 두산건설(100억 원), 쌍용건설(120억 원), 금호건설(신종자본증권, 300억 원) 등이 사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4월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던 이랜드월드의 경우 250억 원 규모의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를 찍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공모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도 사모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불확실성을 올해 사모채 발행 강세의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미국·이스라엘 전쟁에 따른 대외 불안이 이어진 가운데 반도체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국내 성장률 전망까지 높아지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공모 회사채는 수요예측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가산금리가 달라질 수 있는 반면 사모채는 특정 투자자와 발행 조건을 사전에 조율할 수 있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조달이 가능하다.
하반기에도 금리 상방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물가·환율 부담이 맞물리고 있어서다.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 후반까지 올라선 상태다. 다만 채권시장에는 향후 긴축 경로에 대한 우려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있어 추가 금리 상승 폭 자체는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크레딧 시장 역시 단기간에 뚜렷한 강세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 부담에 더해 첨단전략산업기금 등 공적 영역의 채권 공급 확대 가능성이 남아 있고 상반기 발생한 신용 이벤트의 여파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초 체력을 감안하면 하반기 초반 약세를 거친 뒤 점진적으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신용도가 높은 초우량물부터 투자 수요가 회복된 뒤 점차 하위 등급으로 온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공모채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기업들이 발행 시점과 투자자를 확정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사모채를 적극 활용하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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