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주주행동주의 펀드 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BNK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 간 합병을 공개 제안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의 2대 주주고 BNK금융지주의 주식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현재 BNK금융그룹은 영남권, JB금융그룹은 호남권에 영업이 집중돼 있어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두 그룹이 통합해 자산 규모를 키우면 4대 시중은행에 필적하는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얼라인파트너스 측 구상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BNK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 간 합병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각 그룹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 간 합병을 통해 그룹 통합을 이뤄내는 방식이 제안됐다. BNK금융지주는 산하에 부산은행·경남은행·BNK캐피탈·BNK투자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JB금융지주 산하에는 전북은행·광주은행·JB우리캐피탈·JB자산운용·JB인베스트먼트 등의 계열사가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두 금융지주의 합병을 제안한 것은 독자 영업으로는 4대 시중은행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NK·JB금융 산하 은행의 국내 원화 대출 시장 점유율은 2016~2025년 6% 내외로 정체돼 왔다. 반면 시중은행은 장기간 55%가량을 점유하며 시장 장악력을 굳히고 있다. 은행별 총자산은 BNK금융이 161조 원, JB금융이 73조 원으로 4위인 우리금융(601조 원)에 비해 한참 작다. 낮은 성장성 때문에 BNK·JB금융지주 주가는 올 들어 비교적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 권익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로 국내에서 SM엔터테인먼트, 7대 금융지주, 코웨이, 두산밥캣 등을 상대로 공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였다. 상장사를 대상으로 요구 사항을 공개하고 압박하는 공격적 전략을 주로 택해왔지만 이번 캠페인에서는 두 기업 이사회에 합병 검토를 요청하는 수준의 상대적으로 온건주의적인 방식을 택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날 BNK·JB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병에 대한 전략적·재무적 타당성을 검토해 다음달 7일까지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주주행동은 ‘단순히 배당을 더 하라’는 수준을 넘어 전략적이고 재무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두 금융지주의 합병은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여러 캠페인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며 “지방 금융지주 간 통합은 지역 경제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대형 시중은행에 맞서 지방은행이 합종연횡한 사례는 다수 있다. 일본에서는 올 들어 후쿠이현 후쿠이은행과 후쿠호은행이 합병하는 등 다수의 지방은행 간 인수합병(M&A)이 있었다. 금융업은 규모의 경제 실현 여부에 따라 대출·투자·영업 여력이 상승하고 조달 비용은 감소하기 때문에 규모 확장이 중요하다. 조직 통합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 구축 등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기도 하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은 모두 1997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적극적인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고 성장했다.
다만 현재는 두 기업의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가 공개 제안을 시작한 상황으로 실제 합병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JB금융지주는 삼양사가 지분 14.99%를 가진 최대주주고 BNK금융지주는 롯데쇼핑 등이 지분 10.42%로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 상한이 15%로 제한된 금융지주 규제상 지분이 나뉘어 있고, 이에 따라 이사회 구성도 다변화돼 있어 합병 검토와 추진, 결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어렵다. 장기간 논의, 설득, 타협이 필요한 구조다.
소액주주 표심의 향방도 중요하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지분 14%가량을, BNK금융지주 지분 1%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 비중은 BNK금융지주에서 58.72%, JB금융지주에서 43.95%에 달하기 때문에 주주 여론이 합병 논의 진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추후 이사회가 합병 결정을 내렸을 때에도 주주총회에서 일반결의가 아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소액주주 표심은 중요하다. 이후에는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제안은 양사 합병을 즉시 추진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전체 주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라며 “AI 전환 경쟁이 본격화되고 지역경제 기반이 더욱 약화되기 전인 지금이 선제적으로 통합 가능성을 검토할 적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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