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수순에 돌입하면서 채권자 변제 순위를 둘러싼 법리 공방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납 세금과 체불 임금 등을 포함한 공익채권이 1조 원 넘게 추가 누적된 탓이다. 기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부동산 매각 대금을 어떻게 나누게 될지를 두고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회생 관리인 측은 법원에 견련파산을 신청할지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견련파산이란 회생절차가 중단된 기업이 무방비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와 동시에 파산을 선언하는 것을 뜻한다. 관련법에 따르면 회생법원은 회생 절차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견련파산을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회생 절차 실무 추세를 보면 법원이 견련파산을 직권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홈플러스가 파산 희망 의사를 먼저 밝힌 뒤 법원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법원은 이달 20일 전까지 회사가 긴급자금(DIP금융) 2000억 원을 구해오지 못한다면 회생절차를 폐지하겠다고 못박았다. 홈플러스는 전날 전국 대형마트 점포의 영업을 중단하며 실제 파산이 머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업계 안팎에서 홈플러스의 견련파산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1조 원에 달하는 공익채권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견련파산이 확정되면 공익채권은 최우선 순위로 변제 받을 권리가 생긴다. 올 5월 말 기준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에 보고된 공익채권 총액은 1조 999억 원이다. 이 공익채권은 주로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협력업체들의 납품대금과 근로자 체불임금, 회생 도중 조달한 DIP금융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제공한 1600억 원 규모의 DIP금융에 대해 MBK 측은 구상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실제 공익채권 규모는 9000억 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을 모두 매각하더라도 공익채권을 전액 변제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약 1조 원 선순위 채권자 메리츠가 홈플러스 부동산을 모두 신탁 재산으로 확보하고 있어서다. 관련법상 신탁 재산은 파산 재산과는 법적으로 분리된다. 즉 홈플러스가 파산하더라도 해당 부동산은 법원이 압류하는 파산 재단에 속하지 않는다고 법조계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메리츠는 신탁을 통해 해당 부동산들을 공매 처분할 수 있다. 또 자산 매각 대금에서 자신들의 채권을 최우선으로 상환 받는 게 가능하다. 결국 메리츠가 먼저 채권을 회수하고 난 뒤 남은 자금이 비로소 파산 재단으로 넘어가 공익채권 변제에 쓰일 수 있는 구조다.
메리츠는 잔여 재산 매각 후 자신들의 채권만 최우선 회수하려다가 거센 사회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제 순위와 상생안을 두고 메리츠 내부의 계산기가 복잡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최근 홈플러스 부동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평가 되면서 메리츠의 고심은 더 깊어졌다. 메리츠는 최초 홈플러스에 대출을 집행할 당시만 해도 60여 개 점포의 가치를 4조 원 대로 평가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업의 구조적 침체와 회생 절차 개시 이후 추가 영업 가치 하락 등이 겹치면서 메리츠는 최근 이 자산들의 가치를 1조 5000억 원 수준까지 대폭 낮춰 잡은 바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 입장에서는 선순위 채권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동시에 사회적 파장을 막기 위한 민생 공익채권까지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홈플러스 출구전략을 두고 메리츠의 고민이 본격 시작됐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