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352820)가 인공지능(AI) 오디오 관련 자회사 수퍼톤의 청산을 결정하며 인수합병(M&A) 잔혹사를 이어가고 있다. 500억 원 가까이 투입한 AI 투자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그간 단행해온 사세 확장의 결과가 수천억 원대 부실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자회사 수퍼톤의 AI 음성 변조·노이즈 제거 서비스인 시프트·클리어·에어를 외부에 양도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수퍼톤은 이와 함께 최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해산을 결의한 상태다.
하이브는 2021년 40억 원, 2023년 450억 원을 각각 투입해 수퍼톤 지분 56.56%를 확보했다. 그러나 수퍼톤의 지난해 매출액은 23억 원, 영업손실은 154억 원에 달했다. 하이브와의 내부 거래 매출마저 2023년 2억 원에서 지난해 6100만 원으로 급감해 사업적 시너지는 사실상 전무했다. 결과적으로 수퍼톤 인수는 별다른 성과 없이 실패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하이브의 투자 실패는 수퍼톤에 그치지 않는다. 하이브는 2024년 8월 미국 홍보대행사 ‘더에이전시그룹PR(태그PR)’ 지분 51%를 347억 원에 인수했으나 1년 만에 처분했다. 구체적 매각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연결 기준 종속기업 투자주식 처분손실 8억 900만 원이 반영됐다. 이 점을 고려하면 태그PR 지분은 인수가 대비 저가에 매각됐을 공산이 크다.
가장 많은 자금을 집행한 미국 초대형 인수건 역시 심각한 장부상 손실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2021년 미국 법인 하이브아메리카를 통해 현지 유명 매니지먼트사 이타카홀딩스를 약 1조 5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타카홀딩스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 스타들이 소속된 곳으로 이목을 끌었다. 하이브는 인수 당시 협업을 통해 고도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미국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이타카홀딩스를 거느린 하이브아메리카의 지난해 매출은 31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1400억 원에서 3231억 원으로 급증했다. 하이브아메리카의 부실은 현지 매니지먼트 사업 난항 등이 거론된다. 대규모 M&A의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같은 영향 등으로 지난해 말 기준 하이브아메리카에서 발생한 손상차손만 279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이브가 기록한 투자지분 손상차손(3332억 원)의 대부분이 이타카홀딩스 인수 실패 여파에서 발생한 셈이다.
앞서 2023년에는 5550억 원을 집행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했으나 카카오와의 경쟁에서 밀려 경영권 확보에 실패하기도 했다. 당시 전체 투자 수익률은 1% 미만으로 추정됐다.
잇따른 M&A 실패에 실적 흐름도 정체 상태다. 하이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 6499억 원으로 외형 성장은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1400억 원 감소한 493억 원에 머물렀다. 당기순손실은 2544억 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과감히 단행했던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하이브의 재무 부담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인수 자금 조달에 따른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쇄적인 장부상 순손실이 직결되며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는 당분간 대형 M&A 보다 재무 건전성 확보와 내실 경영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 측은 앞선 경영권 투자를 실패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타카홀딩스는 단기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사업적 자산과 성과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태그PR의 경우 공시상 수치와는 달리 실제 투입된 자금은 수억 원에 불과하고 저가 지분 매각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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