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3주간 네 차례에 걸쳐 쏟아낸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책 상당 부분이 당초 시행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거나 정책 목표가 충돌할 우려가 있는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이 증시 급락으로 비판이 거세지자 과감한 상장폐지보다는 대책 위에 대책을 쌓는 땜질식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금융 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추종 배수를 하향 조정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검토에 착수했다. 당초 배율 조정 문제는 투자자 반발이 불가피해 금융 당국도 시행이 어렵다고 언급한 사안이었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이달 16일 첫 보완책을 냈을 때도 “외국에서는 2배 이상으로 거래하는데 한국만 1.5배를 하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수익자총회도 힘든 절차라고 생각해 대안이 안 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주가가 떨어질 때 2배로 손실을 봤던 레버리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오를 때 1.5배로 이익을 봐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런데 국내 증시 급락 폭이 확대되고 단일 종목 레버리지가 주원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금융 당국도 태도를 바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배율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더니 직후 열린 F4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는 배율 조정 문제가 ‘즉시 추진 조치’로 변모했다.
결국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주체였던 금융 당국이 앞장서서 정책 실패를 인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당 상품의 변동성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상폐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나중에 하겠다고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개인별 투자 한도를 20%로 제한하는 총량 관리 방안 역시 증권사의 전산 인프라 구축에 기대야 해 정확한 시행 일정을 알 수 없다. 특히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전날 F4 회의 이후에야 총량 관리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가 여러 증권사 계좌를 이용하거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와 해외 상장 상품을 나눠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별 총투자액을 실시간으로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위원장은 “전문 투자자만 신규 매수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작 당일 나온 F4 회의 추가 카드에는 빠지기도 했다. 결국 31일부터 예탁금을 현금 3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현재 밝힌 후속책으로 상품이 자연스럽게 사장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미봉책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지 않다.
특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2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고 뒤늦게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고 이틀 뒤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부작용을 경고했는데 실제 대책은 이달 16일에서야 나와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투자 업계는 정부 요청에 따라 자율적으로 리밸런싱 거래를 분산하기로 했다. 종가 부근에 집중돼 변동성을 증폭시켰다는 비판에 따라 장중과 장 마감 후로 분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업계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정책 간 정합성이 부족해 운용 난도가 높아진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정 시간대의 매매 충격은 줄일 수 있지만 유동성공급자(LP)는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변화에 맞춰 실시간으로 호가를 조정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증권학회장을 지낸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괴리율 의무를 강화하면 환매나 설정을 해야 하는 물량이 더 많아진다”며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며 시장 변동성은 자칫 키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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