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 1월부터 ‘승강형 세그먼트’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예비 상장기업이 1부 격인 ‘셀렉트(가칭)’ 리그로 직행할 수 있게 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량 기업들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아닌 코스닥 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하는 셈이다. 단 성장성을 비롯해 수익성, 예상 시가총액 등을 기존 코스닥 상장 요건보다 강화하는 만큼 셀렉트 리그에 바로 입성할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승강형 세그먼트 시행을 앞두고 셀렉트 리그에 예비 상장기업을 바로 입성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주류 시장인 스탠더드 리그에 상장한 후 승격시키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지만 벤처기업계의 의견을 감안해 셀렉트 리그로 직행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셀렉트 리그를 목표로 신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다”며 “세부 기준은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셀렉트 리그 직행이 현실화한다면 ‘조(兆) 단위’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유니콘 기업들의 코스닥행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 선택지가 늘어나는 만큼 기업에 적합한 다양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기업공개(IPO) 업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존 코스닥 상장 요건보다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부 업종에 한정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코스닥 시장은 과거 셀트리온·포스코퓨처엠·SK오션플랜트·엘앤에프 등 주요 대장주가 코스피로 떠나면서 대표 종목 부재가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였다. 그나마 알테오젠은 최근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코스피 이전 상장 추진을 잠정 유보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이 이르면 9월께 승강형 세그먼트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업계를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와 IPO 격차 줄여 시장 활성화”…AI·반도체가 직행 ‘1호’ 후보군
코스닥 ‘셀렉트 리그’ 직행 도입
평균 공모액 5년째 ‘200억대’인데
코스피는 수천억대…조단위도 나와
대어·장기 자금 유인 ‘두토끼’ 잡기
리벨리온·퓨리오사AI 행보 관심
전문가 “유망업종만 편중될 수도”
내년부터 코스닥 승강형 세그먼트 개편과 함께 최상위 리그인 셀렉트 직행이 가능해진다면 우량 기업의 코스닥 시장 진입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 목표가 코스닥을 대표할 수 있는 우량 기업군을 육성하는 데 있는 만큼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벤처·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민다면 선순환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기업가치가 수조 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의 코스닥 상장이 증가하게 된다면 시장 활성화와 함께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의 기업공개(IPO) 규모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대신 현행 코스닥 상장 요건보다 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실제 셀렉트 리그를 목표로 IPO 진행이 가능한 기업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스팩 포함) 건수는 29건으로 집계됐다. 코스피보다 신규 상장(1건)은 절대적으로 많지만 평균 시가총액과 공모 금액은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올해 코스닥 총공모 금액은 8563억 원 상당으로 상장 건수의 차이 대비 코스피(4980억 원)와의 공모 규모 격차는 크지 않은 편이다.
이런 현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코스닥의 평균 공모 규모는 5년 동안 200억 원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코스피는 기본 수천억 원대를 기록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2022년에는 무려 평균 공모 규모가 3조 300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시총은 더욱 심각하다. 코스피의 경우 신규 상장 기업의 평균 시총(공모가 기준)이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해가 많은 것에 비해 코스닥은 1000억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높은 기업가치를 원하는 기업들은 코스닥보다 코스피 상장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국내 증시 수급이 모두 코스피로 쏠리면서 코스닥 주가지수가 지지부진한 점도 우량 기업들의 코스닥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인으로 부상했다. 올해 120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닥은 국내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겪자 630대까지 밀리면서 사실상 반 토막 났다.
정부가 승강형 세그먼트 개편을 통해 기관투자가의 장기자금 유입 확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시장 활성화 효과를 노리는 만큼 셀렉트 리그 직행이 가능해질 경우 대규모 공모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시장에서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에 코스피 대신 코스닥을 선택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거래소 역시 이 지점을 염두에 두고 셀렉트 리그로 바로 상장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코스피와 스탠더드 리그가 될 현 코스닥 IPO 사이의 틈새를 메꾸는 중간지대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거래소는 셀렉트 리그 직상장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으로 아직 공식적으로 IPO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내 코스닥 승강형 세그먼트 세부 가이드라인을 공개해야 하는 만큼 중복상장 때와 유사하게 여러 차례 여론을 청취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셀렉트 리그 직상장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유망 기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에쿼티 스토리(성장 전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셀렉트 리그 직행 문턱이 현행 코스닥 상장보다 높아지는 게 사실상 정해진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이를 넘을 수 있는 기업의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거래소에서는 기업의 성장성뿐만 아니라 수익성·시가총액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셀렉트 시장에 상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IPO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몸값이 수조 원에 달하는 기업들은 스탠더드보다 셀렉트로 바로 가고 싶어 할 것”이라며 “사실상 유망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을 코스닥에 유입시키려는 명분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실제 이 같은 상장 방식이 AI·반도체 등 일부 유망 업종에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AI와 반도체가 명실상부 국내 증시를 이끄는 주도주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AI 수요 확대를 등에 업은 반도체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리벨리온·퓨리오사AI·업스테이지 등이 상장 도전을 공식화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에 거래소는 올해 5월 이들 기업을 코스닥으로 데려오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최근 대규모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성공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상장 일정을 늦춘 상태다. 따라서 내년 초 제도가 시행된다면 셀렉트 리그로 직행하는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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