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의무보유확약제도가 시행 1년을 맞이했지만 상장 후에도 주식을 보유하려는 기관투자가 비중이 최근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가운데 지수 하락 폭도 커지자 장기 투자 확약을 걸던 기관들도 재차 단기 매매(단타)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1%를 밑도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수요예측을 끝낸 딜리셔스는 3억 369만 9500주의 주문 물량을 접수했지만 이 중 0.1%만이 상장 후 최소 15일 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틀 뒤 수요예측을 마무리한 케이앤에스아이앤씨도 해당 비율이 0.78%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기관들의 투자 성향이 의무보유확약 규제 강화 이전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에 대해 기관 배정 물량의 30%(올해부터 40%) 이상을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기관들의 단타를 막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규제 강화 직전까지 기관들의 확약 비율은 한 자릿수가 대다수였고 지난해 1~6월 기준 50%를 넘었던 적은 대한조선 1건에 그쳤다.
올해 1~5월 수요예측을 치른 새내기주 15곳(스팩 제외) 가운데 확약 비율이 70%를 넘어간 곳은 6곳이었고 채비(0011T0)·피스피스스튜디오(0117P0) 등 2곳만 한 자릿수 비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900포인트에서 1229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코스닥 지수가 약 26% 급락하면서 확약 비율이 50%를 넘는 사례도 자취를 감췄다.
이를 두고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강화된 의무보유확약 규제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스닥 내 좀비 기업 퇴출과 우량 기업 유치를 표방했지만 새내기주의 상장 후 주가 급락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20곳(스팩 제외) 중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은 곳은 마키나락스(477850)·코스모로보틱스(439960) 등 2곳에 그친다.
미확약 부담은 주관사에 몰리고 있다. 올해부터 배정 물량 기준 기관 확약 비율이 40%에 미달하면 주관사는 공모 물량의 1% 또는 30억 원 한도 내에서 주식을 추가로 인수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달 수요예측을 마친 에이치엘지노믹스·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규제 마지노선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딜리셔스와 케이앤에스아이앤씨의 상장 주관사도 같은 경로를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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