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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세 유일한 돌파구...‘친환경 초격차’로 글로벌 1위 지킨다”

[인터뷰] 이민성 휴비스 연구소장
세계 최초 화학재생 LMF 상용화
연내 현대차 차량 적용 추진 중
中 업체들 범용 소재 맹추격에
공정 혁신·신소재 개발로 대항
공공부문 자국산 섬유 의무화로
韓 섬유업계 지속 성장 지원해야

  • 정혜진 기자
  • 2026-08-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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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 휴비스 연구소장. 사진 제공=휴비스
이민성 휴비스 연구소장. 사진 제공=휴비스

“중국의 거대한 원가 압박에 맞서려면 결국 기술 격차를 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바로 친환경 기술 개발이죠.”

지난달 21일 찾은 휴비스(079980) 대전연구소. 한국 섬유업계가 직면한 위기와 대응 방안에 대해 말하는 이민성 휴비스 연구소장의 표정에는 위기감과 자신감이 공존했다. 휴비스는 국내 최대 화학섬유 제조사로 특히 자동차·건축·의료 등 산업 전반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접착용 특수섬유 저융점 접착섬유(LMF) 부문에선 중국의 저가공세에도 10년 넘게 글로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휴비스는 2030년대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친환경 섬유 시장을 겨냥해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신소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휴비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화학재생 LMF ‘에코에버 엘엠’은 최근 기아 스포티지 모델의 품질 검증을 통과해 연내 차량 적용을 추진 중이다. 이 소장은 “완성차 업계의 친환경 전환 움직임에 맞춰 에코에버 엘엠 적용 모델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6월 신차의 재활용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차량순환성 및 폐차관리규정(ELV)’을 최종 승인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멈춰있던 글로벌 친환경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ELV 발효에 따라 2032년부터 유럽에서 제조되거나 유럽으로 수출되는 완성차는 플라스틱을 시작으로 재활용 소재를 15%, 2036년부터는 25%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섬유업계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이자 최대 위기인 중국의 저가공세에 맞설 돌파구다. 이 소장은 “범용 소재의 경우 중국이 한국을 추격한다기보다 이미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섰고, 원가 측면에선 외려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한국 업계가 살아남는 방안은 친환경 추세에 선제 대응하며 기술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비스는 LMF를 화학적 방식으로 재생하는 고난도 기술을 상용화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렸다. 그간 재생 섬유는 원가가 비싼 A급 폐플라스틱을 모아 분쇄하는 물리적 방식으로 이뤄졌다. 반면 고분자를 분해해 저분자 상태로 재중합하는 휴비스의 화학재생을 통하면 저렴한 저급 폐플라스틱 역시 원료로 활용 가능하다. 이 소장은 “화학재생에 필요한 공정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존 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내기 위한 공정 혁신을 거듭한 결과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의 추격은 한국 섬유업계의 턱끝까지 진행됐다. 현재 휴비스는 단일 업체로선 글로벌 LMF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이지만 2~6위는 모두 중국 업체로 이들의 합산 생산 규모는 휴비스를 웃도는 상황이다.

이에 휴비스는 스페셜티 전략을 통해 중국이 대체불가능한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선 자동차 내장재로 쓰이는 색상차별화 LMF를 화학재생 방식으로 제조해 판매 중이며 향후 온도차별화 LMF로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규제가 가장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도 수출용 부품 소재로서 경쟁력을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이 소장은 국내 섬유업계가 위기를 딛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한국산 소재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예를 들어 군·경 및 공공 부문에 조달용으로 납품되는 섬유의 경우 국산을 쓰도록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일본·미국 등에서는 이미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법·규제를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군에 납품되는 슈퍼섬유는 자국 및 적격국에서 만든 소재만을 쓰도록 규정한다.

이 소장은 “국가 차원에서 친환경 소재 공급망을 정비하고 화학적 재활용 관련 법적 규제를 유연화하는 등 초기 시장이 잘 형성될 수 있도록 정책적 마중물을 제공한다면 한국 섬유업계가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소장은 올해 1월 휴비스 연구소장에 올라 기업의 R&D 전반을 총괄한다. 1995년 삼양사 중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30년 이상 섬유업계에 몸담으며 ‘섬유 전문가’로서의 인생을 걸어왔다. 국내 섬유업계의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제28회 섬유의 날 섬산련회장 표창’을, 2025년에는 ‘제60회 발명의 날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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