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해 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손질하기로 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승계를 앞두고 단기간 주가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일부 차단할 수 있지만 장기간 저평가 상태가 지속된 기업에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주가를 활용해 현재 평가액을 보정하는 정부안과 달리 국회에서는 순자산가치의 80%를 과세 하한으로 설정하는 법안도 발의돼 제도 보완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 업계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을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추정해 별도의 평가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별 하위 25%인 코스피 기업이나 하위 10%인 코스닥 기업이 대상이다. 이 경우 현행 평가액에 30%를 가산한 금액과 과거 6개월부터 최대 6년 6개월까지의 기간별 평균 주가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적용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안에 대해 과거 주가 역시 이미 낮게 형성돼 있다면 ‘눌린 주가’를 다시 과세 기준으로 사용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최대 6년 6개월 사이 업황과 주력 사업 및 기업 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과거 주가가 현재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주가 누르기 기업을 판별하는 요건도 도마에 올랐다. 중복상장은 이미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며,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 역시 개정 상법상 금지됐다.
저PBR 요건의 회피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안은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가 업종별 하위권에 포함돼야 하는 만큼 기업이 2개 반기만 해당 순위에서 벗어나도 장기간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면서 주가 누르기 추정 대상에서는 제외될 수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정부안이 의심 기업을 선별해 눌린 주가를 보정하는 방식이라면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주가를 낮춰 얻는 절세 효과 자체를 없애는 방식”이라며 “시장 전체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주가와 독립된 최소 평가 기준을 도입해 정부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훈기 의원은 5일 정부안과 다른 방식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시가평가액이 세법상 1주당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하면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이 평가액도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순자산가치의 80%를 최저 평가액으로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가와 독립된 과세 하한을 설정해 주가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얻는 절세 효과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발의한 법안에서 평가 기준 및 지배구조와 부실기업 등 예외 조항을 보완했다.
개정안은 법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자회사·손자회사 상장주식에도 같은 평가 방식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다만 계속적인 손실이나 자본잠식, 회생절차,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사업재편 등으로 정상적인 사업 수행이 어려운 기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최대주주 주식 평가액에 20%를 가산하는 현행 할증평가 제도는 상장·비상장주식 모두 폐지하고 최대주주 보유 상장주식을 상속세 물납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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