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또 한 번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며 신사업에 속도를 낸다. 계열사가 직접 증자로 돈을 넣는 것이 아니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는 방식이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면서 바이오에 자금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롯데그룹 오너 3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추후 투자 성과가 주목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금융권에서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차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대주단을 꾸리는 구조를 뜻한다.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신규 자금은 설비투자 증액과 운전자금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실제 차입을 일으킬 경우 차주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단독으로 수천억 원의 자금을 차입으로 끌어오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주사 중 신용 보강 차원에서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롯데지주는 하나은행 등과 맺은 자금보충약정을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시설자금 대출을 지원해왔다.
이번 차입은 지난달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결정한 2553억 원 규모 유상증자와는 별개로 논의되는 건이다. 해당 유상증자에는 롯데지주가 1550억 원을 출자하고 그룹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참여했다. 유상증자 대금은 시설자금으로 쓰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신디케이트론 조달에 성공하면 유상증자를 합쳐 수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2023년부터 송도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지난해 말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내에서 바이오 사업에 거는 기대감은 더 크다. 제임스 박 대표와는 역할을 분담해 박 대표가 위탁개발생산(CDMO) 운영, 수주, 생산을 총괄하고 신 대표는 그룹 바이오 전략과 인수합병(M&A), 글로벌 파트너십을 도맡았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강력한 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이후 누적 출자액만 총 1조 4716억 원을 쏟는 등 막대한 실탄을 지원해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통해 초기 글로벌 고객사와 생산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동시에 송도 1공장 가동을 앞두고 대형 상업생산 물량을 선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간 투자의 결과물도 하나둘 내놓고 있다. 최근 송도바이오캠퍼스 1공장이 사용 승인을 받았고 당초 계획보다 약 6개월 앞당겨 연내 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GMP) 준비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1공장은 12만 리터 규모 항체의약품 생산 시설로 대규모 상업 물량에 대응할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은 아직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961억 원, 영업손실은 1326억 원으로 2024년 대비 매출은 줄고 적자 폭은 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후속 설비투자를 위해 한동안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며 “회사 부채비율이 약 120%로 낮은 편은 아니지만 그룹의 재무 지원을 감안했을 때 차입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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