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PEF) TPG가 롯데그룹과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양측이 수개월 간 진행해 온 매매 협상 비하인드에도 관심이 쏠린다. TPG가 최종 인수자로 낙점된 배경에는 차별화된 기업 재평가 전략과 치밀한 속도전, 그리고 끈질기게 제시한 유연한 협상 조건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TPG는 올 초 어피니티가 공정위에 신청한 기업결합 심사가 불허되자 재빠르게 롯데그룹과 접촉을 시도했다. 윤신원 부대표 주도로 초반 수차례 미팅을 진행하고 롯데 측과 딜 구조에 대한 교감을 쌓은 TPG는, 올 5월 기존 주식매매계약(SPA)이 최종 불발되자 곧바로 단독 협상 체제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인수 검토에 나섰던 전략적투자자(SI) 한국앤컴퍼니를 비롯해 복수의 사모펀드들도 협상을 시도했으나, TPG가 롯데 측의 재무적·사업적 니즈를 충족하는 조건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거래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후문이다.
TPG가 매각 측을 설득한 핵심 요인으로는 회사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꼽힌다. TPG는 롯데렌탈을 단순 차량 리스·금융 회사가 아닌 차량 정비 사업을 포함한 종합 모빌리티 인프라 기업으로 정의했다. 특히 회사가 확보해 둔 수백명의 정비 인력과 전국 단위 정비 네트워크를 핵심 자산으로 평가했다. 타 사업자가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고유의 현장 운용 역량을 높이 산 셈이다.
TPG는 이를 활용해 인수 후 차량 관리 효율성을 높이면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밸류체인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단순 매각가 제시를 넘어 인수 이후의 성장성에 대한 비전을 내놓은 점이 매각 측의 의사결정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TPG가 제시한 모빌리티 사업 시너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설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TPG는 국내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로서 경영에 적극 참여해왔다. 이를 통해 사업을 안착시키고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키워낸 경험이 있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향후 롯데렌탈과의 사업 시너지 극대화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투자금 회수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회수 압박이 누적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향후 롯데렌탈 인수 후 안정적인 실적 개선과 투자 회수 계획을 고려하면, 해외 사모펀드의 독자적 경영에 대한 국내 사회의 시선과 규제 리스크를 유연하게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는 평이다.
한편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던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딜을 통해 현실적인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어피니티와 체결했던 계약은 주당 7만 7000원이었으나 이번 TPG와의 체결가는 주당 5만 9000원 수준으로 23%가량 하향 조정됐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매각 지분율을 기존 계약 대비 상향한 61.18% 전량으로 확대하면서 전체 대금 차이를 약 3600억 원 수준으로 방어하는 등 약 1조 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다시 진행될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무난히 통과해 롯데의 유동성 확보 계획은 실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TPG가 국내외에서 경쟁 렌터카 사업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TPG는 자산 가치를 재발굴해 협상의 주도권을 잡았고 롯데 역시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현금을 확보한 거래”라면서도 “TPG가 제시한 렌터카와 모빌리티업 관련 밸류업 계획을 실제 성과로 입증할 수 있을지가 향후 M&A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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