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투자 수요가 신용등급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우량채는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풍부한 현금과 채권시장안정펀드라는 최소한의 매수 주체를 확보한 반면 비우량채를 사들일 투자자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그동안 비우량채를 활발히 담던 공모주 하이일드펀드의 매수세가 급감한 데다 제이알글로벌리츠·중앙그룹 디폴트(채무 불이행)까지 겹치며 리테일 투심이 대거 이탈한 여파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공·사모 시장에서 발행된 A+급 이하 비우량 채권은 5조 96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 규모인 10조 4490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AA-~AA+급 채권 발행도 24조 700억 원에서 15조 1400억 원으로 약 37% 줄었지만 비우량채 발행 규모의 낙폭이 훨씬 두드러졌다.
비우량채 발행이 유독 위축된 배경으로는 급격하게 줄어든 투자자 풀이 지목된다. 핵심 매수 주체였던 하이일드펀드의 경우 순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에 투자하고 이 중 45% 이상을 신용등급 BBB+급 이하의 채권에 배정하면 공모주 우선 배정 자격을 얻는다. 지난해에는 시장이 훈풍을 띤 덕에 펀드들도 한 주라도 더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비우량채를 담았다.
그러나 공모주 시장이 주춤하자 하이일드펀드의 채권 매수세도 덩달아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해야 단기 매매로 얻을 수 있는 차익이 늘어나는데 최근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공모주에 열을 올릴 유인이 낮아진 것이다.
여기에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디폴트 사태까지 겹쳐 하이일드펀드는 물론 리테일 투심마저 대거 이탈했다. 지난달 15일 공모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한진(BBB+)은 모집액(400억 원)을 소폭 웃도는 440억 원의 주문을 확보했는데 1년물 200억 원 모집에서는 10억 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BBB급 채권 중에서는 실적과 재무 안정성이 가장 우수한데도 평소 접수되는 수요의 4분의 1만이 입찰에 응했다”면서 “제이알리츠와 JTBC가 공모채 단골 발행사였기에 리테일 투자자들도 비우량채 투자에는 유독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비우량채 내에서도 업종별·그룹별 옥석 가리기는 여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달 22일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SK에코플랜트(A-)는 SK하이닉스와의 사업 접점 등을 어필해 모집액(1000억 원)의 9배가 넘는 9870억 원의 매수 수요를 확보했다. 8월 이후 공모채 시장에는 이랜드월드(BBB0), 삼양패키징(A-), 롯데건설(A-) 등 비우량 등급 기업들이 발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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