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 심텍(222800)이 대규모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시설 투자 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하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고자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에 시동을 걸었다. 근래 증시 내 반도체 투심이 회복되면서 아이에이, LB세미콘(061970), 아모텍(052710)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주들도 주가와 연계한 자금 조달 방안을 잇따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심텍은 30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모으고자 최근 신한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당초 주주 배정 유상증자도 선택지로 검토했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30년 만기의 CB 발행에 무게를 실었다. 영구 CB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재무 건전성을 사수하려는 기업들이 주로 선택하는 조달 옵션이다.
심텍이 2015년 신설회사로 인적분할된 이래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로 파악된다. 3000억 원은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4조 3046억 원)의 7% 수준으로, 종전 최대 조달이었던 2024년 사모 전환사채 발행(1000억 원)을 넘어선 규모다. 6년 전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때도 618억 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차입금 상환과 더불어 주력 제품인 PCB 투자에 들어가는 여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PCB는 고사양 스마트폰, PC 등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다. 회사는 이를 생산하는 ‘MSAP 공정’을 고도화하고자 2020년 유상증자(619억 원), 2024년 전환사채 발행(1000억 원) 등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왔다. 이달 11일 iM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은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 현장에서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고객사 수요가 명확해지는 시점에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가가 반등하면서 메자닌성 자금 조달이 유리해진 측면도 있다. 지난달 초 최고 16만 4200원까지 치솟은 심텍의 주가는 직후 30% 넘게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회복세를 타고 이날 11만 4900원까지 회복했다. 회사는 지난해 6월에도 은행 차입금을 상환하고자 500억 원 상당의 영구 CB를 발행했는데,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이달 11일 약 110억 원 규모에 대해 전환 청구권을 행사했다.
실제로 최근 증시 내 반도체 투심이 회복되면서 소부장 상장사들의 자본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다. 증자는 일반적으로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상승 여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됐다는 공감대 속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자동차·전력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아이에이는 10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자 이달 18일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 LB세미콘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신사업을 육성 중인 아모텍도 이달 주주들로부터 각각 346억, 488억 원을 수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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