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이 시중은행 지급 보증을 받고 2000억 원을 조달한 지 1개월 만에 600억 원을 확보했다. 상반기 순이익으로 전환했음에도 한 달 사이 발행 조건이 불리해졌는데, 자력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기엔 여전히 힘에 부친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7일 신한투자증권 주관으로 소수의 기관 투자자들에 600억 원 상당의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6개월로,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에 가산금리(스프레드) 165bp(1bp=0.01%p)를 더한 수준이다. 올해 2월 27일 찍은 사모채와 동일한 구조로, 8월 27일 만기가 도래해 차환 발행이 이뤄졌다.
지난달 시중은행 보증으로 3년 만기 회사채 2000억 원을 발행했을 당시와는 온도 차가 감지된다. 롯데케미칼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7350억 원 상당의 수요를 확보했는데, 금리도 AAA급 회사채 민평 금리보다 35b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반면 보증이 붙지 않은 이번 발행에서는 6개월 만기와 시장 금리 변동에 따라 지급 이자가 바뀌는 변동금리(FRN)가 붙었다. 만기 1년 이상 고정금리가 일반적인 발행 구조지만 투자 수요가 이탈하는 것을 막고자 이례적인 형태를 취한 것이다.
이로 인해 상반기 실적 반전에도 자체 조달 역량을 두고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3771억 원과 순손실 7177억 원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영업이익 1836억, 순이익 2279억 원을 기록했다. 고부가가치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먹혀들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됐지만 중국산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해 자체적으로 수천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으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당분간 사모 시장에서 단기 자금을 융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은행보증채 6000억 원을 조달했는데, 은행들의 익스포저 관리 노력을 감안하면 보증채를 계속 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아직 저점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강해 미매각 리스크를 경계한 증권사들도 주관사를 맡기 꺼린다”면서 “협상력이 투자자 방향으로 기운 상황이라 고금리 단기 채권 형태가 주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케미칼 의존도가 높은 롯데지주 회사채에 호평이 몰리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사실상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향방이 롯데지주의 신용도를 결정짓는 구조라 간접적으로 투심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3월 롯데지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은 2년물(11bp), 3년물(7bp) 모두 시장 평균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한 반면, 이달 25일 수요예측에서는 시장 평균 이하의 금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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