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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원화채 찍는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 …韓 채권시장 인바운드 확장되나[시그널]

■조달비용 급증에 전략 다변화
빈그룹, 3년 단일물 사모채 검토
국내 발행땐 1%P이상 비용 절감
3월엔 印尼 APP 8500만弗 조달
美 빅테크 메타도 발행여부 검토
국내기업은 회사채 대신 은행대출
두산에너빌 이어 SK·한화 갈아타

  • 권순철 기자, 신미진 기자
  • 2026-08-31 17: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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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그동안 국내 채권시장과 연줄이 없던 해외 대기업들이 잇따라 국내로 밀려드는 배경에는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 확대가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자 아시아 선진국 통화를 위험 회피 목적으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급부상한다는 설명이다. 외화를 조달하려는 국내 기업들도 비용 부담 속에 은행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인바운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재계 1위 기업 빈그룹은 국내에서 최대 4000억 원을 조달하고자 3년 단일물 사모채 발행을 추진한다. 신한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을 중심으로 KB증권·키움증권 등이 해당 채권을 인수해 재매각할 예정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근 1~2년 동안 베트남 국내 금리가 급등했고 빈그룹 차원에서 조달 통화를 다변화하려는 수요가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3월에는 인도네시아 재계 4위 시나르마스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 기업인 APP그룹 계열사 오키펄프앤페이퍼밀스가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8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도 국내 채권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대표적인 하이퍼스케일러 메타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원화채 발행 가능 여부 등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이퍼스케일러의 달러 외 이종 통화 조달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며 “적정 가산금리(스프레드) 등의 조건이 성립하면 원화 시장 역시 보조 조달 시장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시장과 인연이 없던 해외 기업들까지 원화채 발행을 검토하는 것은 높아진 금리 부담을 분산하기 위함이다. 베트남증권예탁결제원(VSDC)에 따르면 빈그룹이 현지에서 3년물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10%에 가까운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1%포인트 안팎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메타의 경우 원화 실수요는 작지만 현지 기관들이 빅테크의 잇따른 대규모 달러채 발행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조달 비용을 낮출 루트가 절실하다.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는 흐름은 이 같은 의사 결정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8월 29일(현지 시간)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올해 6월 기준금리를 1.0%까지 올린 일본중앙은행(BOJ) 역시 9월 중 재차 인상할 가능성도 크다.

달라진 금리 환경에 글로벌 채권시장을 찾던 국내 대기업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달러 조달을 모색하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관사단까지 구성했지만 발행을 철회했다. 달러 채권은 통상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를 벤치마크로 삼는데 국채금리가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띤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금리가 두산에너빌리티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 수준과 괴리가 있어 진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4분기에도 달러 채권을 발행하려는 대기업들이 감지되지만 사업 자금 조달 등 이해관계가 우선시된 경우로 한정된다. 한화솔루션의 큐셀 부문 미국 자회사인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는 현지 태양광 수직 계열화 프로젝트인 ‘솔라 허브’ 안착을 위해 3억 달러 조달을 추진 중이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은행 대출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회사채 시장도 일찌감치 얼어붙은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외화채 대신 대출 창구로 향한 가운데 원화채 빅이슈어로 꼽히던 SK·한화그룹은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자금과 은행 대출로 갈아타고 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원화채 발행이 약 20% 줄었는데 이를 은행 대출이 상쇄하고 있다”며 “외국 기업들이 사모채 발행국을 다변화하자 국내 채권시장이 주목 받고 있지만 한글 공시 서류 제출 등 여전히 장애물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SSG닷컴 지분 1조 2711억 원을 되사들인 신세계그룹은 당초 회사채 등을 발행해 지분 매입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금리 조건이 유리한 은행 대출을 활용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200억 원을 차환 발행하지 않고 대출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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