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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닥 상장 27개 그쳐…IPO 위축에 틀어막힌 VC 회수시장 [시그널]

■우려 커지는 자본시장 악순환
11년만에 신규상장 50개 밑돌듯
자금회수통로 IPO 얼어붙었는데
정부, 정책자금 ‘200조+α’ 투입
적자 지속 한계기업 양산 가능성
유망기업 위주로 집중 지원 필요

  • 이덕연 기자, 권순철 기자, 신미진 기자
  • 2026-09-04 16: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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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오승현 기자
여의도 증권가. 오승현 기자

벤처 투자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주요 회수 경로인 기업공개(IPO) 시장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0조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비상장 기업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공적자금을 안전하게 거둬들이려면 회수 시장을 되살리면서 글로벌 성공 가능성이 있는 유망 기업을 집중 지원해 근본적인 생태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금액은 8조 8676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벤처캐피털(VC) 등이 집행하는 모험자본 투자만 합산하고 국민성장펀드 등 공적자금의 직접투자는 제외한 통계다. 정부는 올 들어 국민성장펀드 재원을 활용해 리벨리온·업스테이지·퓨리오사AI·리가켐바이오·원익로보틱스 등 5개 기업에 1조 1200억 원의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합산하면 상반기 벤처 투자는 10조 원을 웃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가 활황세인 것에 반해 회수 시장은 얼어붙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제외했을 때 27개에 불과하다. 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승인을 받아놓은 기업은 20개로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청약 일정 등 이후 IPO 절차를 고려하면 연간 상장 기업이 50개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는 69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올랐다. 2014년(40개) 이후 11년 동안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은 매년 50개를 웃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적자금을 전례 없는 규모로 투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본래 150조 원으로 계획했던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올 7월 200조 원으로 늘렸다. 당장 올해에만 40조 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기부 등은 VC에 출자해 벤처 투자를 유도하는 모태펀드를 올해 4조 4000억 원 규모로 계획했고 지역 벤처기업 대상 지역성장펀드를 앞으로 5년 동안 2조 원 투입하기로 했다. 벤처 투자 회수 경로가 막힌 상황이지만 공적자금이 시장에 물밀듯이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IB 업계에서는 단기 과열과 중장기적인 투자금 회수 난항을 예상하고 있다. 올 5월 국민성장펀드에서 3700억 원 규모로 직접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 약 3조 원을 인정 받은 퓨리오사AI의 지난해 매출은 57억 4000만 원이었다. 최근 매출과 기업가치로 추산한 주가매출비율(PSR)이 522.6배에 달한다. 유망 분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고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기 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기업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다수다. 공적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된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대형 증권사 IPO본부장은 “상장 전 3조 원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으면 IPO에 나설 때는 이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목표로 해야 할 것”이라며 “벤처 투자 단계에서부터 실적 대비 기업가치가 너무 높아 증시에 오르지 못하면 공적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수년간 실적 정체로 IPO에 도전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올 3월 미국계 VC 알토스벤처스는 직방의 지분 3%를 매입하며 기업가치를 3000억 원으로 매겼다. 이는 직방이 2022년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 2조 5000억 원에 비해 현저히 낮다. 투자자들이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야놀자·리디·당근마켓·컬리 등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업 다수는 정부 모태펀드가 원천이 된 VC 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시장 단기 과열과 회수 경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 대응책과 중장기적 처방책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향후 3년 동안 최대 1조 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세컨더리 펀드는 기존 벤처 펀드가 보유한 비상장 기업 지분 매입을 주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IPO 위축으로 회수 통로가 좁아진 VC들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 정부도 회수 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올해 모태펀드 재원 중 2000억 원을 세컨더리 펀드 조성에 쓰기로 했다.

업계가 제시하는 중장기 처방책은 벤처 생태계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다. 올해 IPO 시장 위축은 당국이 적자 기업 대상 특례상장 심사 허들을 높인 것에 일부 기인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이익 체력을 갖추지 못한 채 증시에 오르려 하는 기업이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탄탄한 이익을 내는 벤처기업이 많아지면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처럼 인수합병(M&A)이 벤처 투자의 주요 회수 통로로 부상할 수 있다. 지난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국정감사정책자료집에 따르면 미국 VC 94%는 M&A로 투자금을 회수한 경험이 있다. 계열사 편입 규제와 엄격한 기업결합심사 등으로 대기업의 국내 M&A가 위축된 만큼 일부 규제 완화를 통해 회수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초기 창업기업 대다수에 지원금을 주는 기존 방식으로는 적자를 이어가는 한계기업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화 가능성이 있는 유망 기업에 재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 회수와 벤처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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