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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가점 받자” 전주행 줄잇지만…운용사 현지 인력 확보는 더뎌

위탁운용 972.4조…유치경쟁 치열
외형적 거점 확보에는 속도내지만
실질적 근무체계 구축은 갈길 멀어
1명안팎 운영…내근직원 없는 곳도
상당수가 ‘연락 사무소’ 역할 그쳐

  • 장문항 기자
  • 2026-09-07 17: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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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근에 밀집한 자산운용사 사무실을 찾은 이달 3일, 대부분이 비어 있거나 한 명 안팎의 최소 인력으로 운영 중이었다. 그마저도 직원이 휴가나 외근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사실상 사무실 전체가 공백 상태가 되는 구조다. 개소식을 마친 뒤에도 상주 체제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사례들 역시 눈에 띄었다. 지난달 31일 전주사무소 개소식을 마친 퍼시픽자산운용은 방문 당시 출입문에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지만 실제로 자리를 지키는 직원은 부재했다. IBK·마스턴투자운용 등에서도 현장 근무 인력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행정적인 과정으로 실질적인 거점 근무 준비가 미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전주에 거점을 둔 운용사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정한 뒤 운용사들의 ‘전주행’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현지 정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운용사들의 외형적인 거점 확대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현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질적인 업무 기능 확충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 6월부터 국내 주식·채권 위탁운용사 선정 시 기금운용본부 소재지인 전주에 업무 거점을 둔 운용사에 가점을 주고 있다. 이후 국내 인프라와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같은 평가항목을 도입하면서 적용 범위를 넓혔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선정 기준에 따르면 국내 주식·채권은 제안서 심사에 1점이 별도로 붙고 국내 인프라와 사모투자는 일괄·건별심사 모두 기금운용본부 소재지 거점에 1점을 부여한다.

가점 1점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점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올 6월 말 기준 금융 부문 위탁운용 규모는 972조 4000억 원으로 직접운용액(895조 3000억 원)을 웃돌고 있다.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운용 성과와 인력·투자전략 등이 비슷한 회사끼리 근소한 점수 차로 순위가 갈릴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1점도 자금 유치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보고 있다.

3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근에 마련된 자산운용사 전주사무소들이 대부분 불이 꺼진 채 비어 있다.
3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근에 마련된 자산운용사 전주사무소들이 대부분 불이 꺼진 채 비어 있다.

이 같은 제도 변화에 맞춰 부동산·대체투자사와 더불어 종합운용사들까지 속속 전주에 진출했다. 특히 국내 주식·채권 선정 기준에 가점이 도입된 뒤에는 전통 자산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들의 전주 진출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후발 주자인 마이다스에셋·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국민연금에서 도보 5분 내 위치한 빌딩에 사무실을 확보했으며 현재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초대형사도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빠르게 늘어난 사무실을 채울 인력이다. 공간을 확보하는 속도만큼 현지 근무 체제 구축은 아직 따라붙지 못하는 흐름이다. 실제 상당수 운용사들은 사무실만 먼저 열어두는 ‘연락사무소’ 형태의 운영에 그쳤다. 전주에 상주 중인 한 운용사 사무소장은 “개소는 했지만 현지 직원을 뽑는 데 어려움이 많아 서울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내려오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며 “가점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요건’을 갖추는 데 우선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자금과 인력 여력이 있는 대형 그룹 산하 운용사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올해 신한·우리·KB 등 굵직한 금융 그룹들은 운용사 개별 사무소를 넘어 은행·증권 등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전북 금융 거점을 구축했다. 우리자산운용은 초대로 선임한 소장을 포함해 네 명이 전주에 근무하고 있으며 한화자산운용도 세 명의 상주 인력을 배치했다.

지주 차원의 지원 사격이 어려운 회사들 입장에서는 전문 금융 인력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운용·리서치 조직과 증권사 등 주요 시장 참여자와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데다 기존 직원들의 생활 기반 역시 주로 수도권에 집중 형성돼 있다. 의사 결정 핵심 직원을 장기간 타지로 보내거나 현지에서 관련 경력을 갖춘 인재를 새로 충원할 수 있는 인력 풀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 금융회사들의 물리적인 이전을 넘어선 ‘집적 효과’를 금융 도시 구축의 핵심으로 거듭 강조해왔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3일 전주에서 열린 지니포럼에서 “사람과 정보가 모이는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혁신이 촉진되고 경쟁력이 커진다”고 재차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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