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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배터리의 다음 승부처

■길태민 EY-파르테논 파트너

  • 길태민 EY-파르테논 파트너
  • 2026-09-07 17: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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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태민 EY-파르테논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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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배터리는 모두 국가 전략산업이지만 수익을 만드는 방식은 다르다. 첨단 메모리,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공정 난도가 높고 최종 고객의 검증을 통과해야 해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반면 배터리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원재료 조달, 생산 규모와 설비 가동률이 원가를 크게 좌우한다.

실제로 2025년 중국의 배터리 팩 가격은 미국보다 30%, 유럽보다 35% 낮았다. 대규모 생산과 촘촘한 소재 생태계를 갖춘 중국과 셀 가격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배터리 산업의 성장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Y-파르테논은 글로벌 2차전지 전방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5% 성장할 것으로 본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는 2023년 170GWh에서 2030년 745GWh로 약 4.4배 늘어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전력망 안정화가 성장을 견인한다. 이제 ESS는 전기차(EV) 수요의 공백을 메우는 보조시장을 넘어 AI와 연계된 독립적인 전력 인프라 시장이다.

ESS의 경쟁력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전력변환장치(PCS), 열관리, 안전설계, 설치·운영·정비(O&M) 역량이 결합될 때 확보된다.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고객 기반, 축적된 운영 데이터도 중요한 진입장벽이다.

로보틱스 역시 중장기 기회다. 휴머노이드와 물류로봇은 경량·고출력·고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요구해 한국 기업이 고부가 배터리 팩과 BMS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대중국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도 이러한 가치 이동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금지외국기관(PFE) 관련 공급망 제한을 추가했다. 유럽연합(EU)도 2027년 2월부터 전기차·산업용·가정용 저장 배터리 등에 디지털 배터리 여권을 의무화한다. 비중국 조달망과 추적 가능한 데이터 체계는 이제 희소자산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산업의 투자와 인수합병(M&A)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셀 생산능력을 얼마나 더 살 것인가보다 ESS 시스템 통합, O&M, BMS·EMS·PCS, 열관리, 재활용, 비중국 소재·부품 조달망을 얼마나 빨리 확보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2030년의 승자는 셀 생산 규모보다 중국이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고객·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일 것이다. 그 희소 역량을 선점하는 M&A가 한국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승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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