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컴퓨터·정보기술(IT) 기기 유통 플랫폼으로 꼽히는 컴퓨존의 최대주주가 경영권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경영권을 사모펀드(PEF) 등 자본력을 갖춘 재무적투자자(FI)로 넘겨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제2의 도약을 구상한다는 취지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복수의 대형 회계법인들은 컴퓨존 창업주이자 공동 최대주주인 노인호 대표(50%)와 김태선 전 대표(50%) 측 지분 매각을 타진하기 위해 국내외 주요 PEF 운용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김 전 대표 지분에 노 대표 지분까지 일부 묶어 경영권을 함께 매각하는 방안이 초기 단계에서 협의되고 있다”며 “두 창업자 간 매각에 대한 의견 조율이 끝난 단계가 아니어서 변수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인수 후보들은 기존 경영진과 동행하기 위해 이들 지분을 일부 남기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최대주주가 돼 사업 구조 재편과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되, 기존 경영진의 영업 전략과 현장의 노하우를 살려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컴퓨존의 모태는 1991년 노 대표와 김 전 대표가 공동 설립한 태인시스템이다. 이후 1999년 현재의 상호로 바꿔 국내 IT 유통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조립 PC를 비롯해 노트북, 태블릿, 모니터, 프린터·사무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IT 관련 기기를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한다. 탄탄한 소비자 기반을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액 1조 2887억 원, 영업이익 352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업계 최초로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6년 연속 1조 원대 매출을 굳건히 수성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견조한 실적 흐름 속에서도 최근 들어서는 신사업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평가도 공존해 왔다.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유통 구조만으로는 획기적인 도약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때문에 사업 구조조정 역량과 신사업 컨설팅 노하우를 두루 갖춘 PEF가 새 주인이 될 경우, 컴퓨존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컴퓨존은 수도권 일대에 알짜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어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회사는 서울 중부와 서남권, 경기 김포 등에 물류센터 등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남권 물류센터는 우수한 입지와 상당한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시가만 2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IB 업계의 분석이다. IB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물류 인프라와 시장 점유율, 현금 창출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컴퓨존의 전체 기업 가치를 6000억~7000억 원 선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컴퓨존에 PEF 등의 자금력이 결합할 경우 글로벌 IT 기기 직수입이나 역수출 등 신규 영역 진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가치가 높은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신사업에 재투자하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컴퓨존은 국내 IT 유통 시장에서 독보적인 인프라를 갖춘 알짜 기업”이라며 “자본력을 갖춘 새 대주주와의 결합을 통해 유통망을 재편하고 신규 사업 동력을 확보하게 되면 제2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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