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016360)이 발행어음 시장 진출 추진 9년 만에 사업 인가를 받아냈다. 삼성증권이 이달 내 첫 상품 출시를 예고하면서 발행어음 시장 내 증권사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 7월 인가 신청 이후 약 14개월 만이다. 삼성증권은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에 이어 여덟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됐다.
발행어음은 고객을 수취인으로 하고 증권사를 지급인으로 해 1년 이내의 사전 약정된 수익률로 발행하는 어음이다. 증권사는 고객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투자 자금으로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발행어음 한도는 증권사 자기자본의 200%다. 상반기 말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별도 기준 8조 1566억 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16조 30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발행어음은 삼성증권의 숙원 사업이었다. 삼성증권은 2017년부터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추진했다. 이때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까지는 지정을 받았으나 발행어음 인가 심사는 보류됐다. 금융당국이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7월 정부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손질하자 발행어음 인가를 다시 신청했는데 이번에는 금융감독원 검사가 발목을 잡았다. 금감원이 삼성증권의 한 영업점에서 발생한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을 건의하자 금융위가 올 4월 심사를 중단했다. 심사는 7월 거점점포 관련 제재가 금감원 안보다 대폭 감경된 기관경고 수준에 그치면서 재개됐고, 지난주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최종 인가가 결정됐다.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삼성증권은 IMA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기자본 요건(8조 원 이상)을 이미 충족한 상황이다. 발행어음 인가 후 2년 동안 자기자본 요건을 유지하면 IMA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종투사는 발행어음과 IMA를 합쳐 자기자본의 300%까지 상품을 낼 수 있다. 삼성증권이 2년 후 IMA 사업자 지위까지 따낸다면 자금 동원력이 훨씬 확대된다.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상품을 언제라도 출시할 수 있게 준비를 마친 상태다. 2024년 취임한 박종문 대표가 발행어음 인가 획득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직을 정비해왔고 지난해 말에는 발행어음본부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 시장 판도도 크게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반기 말 국내 증권사 발행어음 잔액은 55조 9291억 원으로 지난해 말(51조 2743억 원) 대비 9.1% 증가했다. 이 중 지난해 말 인가를 받은 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이 3조 1052억 원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발행어음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자기자본 규모가 큰 삼성증권이 시장에 뛰어들 경우 발행어음 수신 경쟁과 조달 자금을 통한 기업금융 투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달 중 발행어음 1호 상품 출시를 목표로 관련 시스템과 상품 라인업을 정비 중”이라며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국내 모험자본 공급에도 기여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과 함께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메리츠증권의 인가안은 여전히 증선위 단계에도 오르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검찰이 수사중인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과 금감원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거점점포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가 심사 지연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