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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집결한 글로벌 투자자들…“한국 자본시장, 지금이 전환점”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
양종희 “밸류업으로 韓시장 체질 개선…재평가 여지 커져”
반도체, 장기계약 확대로 과거보다 사이클 안정화 기대 전망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회수 실패 땐 자본 파괴 위험” 경고도

  • 변수연 기자
  • 2026-09-09 18: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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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KB증권
9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KB증권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투자 기회와 위험 요인을 짚었다. 반도체 산업이 장기 공급계약 확대로 과거보다 안정적인 사이클로 이동하고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하이퍼스케일러의 막대한 AI 투자가 향후 자본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KB증권이 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에서 개최한 ‘2026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재평가 가능성을 강조했다.

양 회장은 “한국 자본시장은 꾸준한 밸류업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가치로 연결되는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다”며 “한국은 중요한 전환점에 있으며 지금이 바로 한국 시장을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증시의 핵심 축인 반도체를 두고는 과거와 다른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신 KB금융지주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반도체 산업은 좀 더 안정적이고 주기의 영향을 덜 받는 시장 구조로 과거와 다른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김신 KB금융지주 글로벌 투자전략가가 한국 증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KB증권
9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김신 KB금융지주 글로벌 투자전략가가 한국 증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KB증권

변화의 핵심은 하이퍼스케일러와의 장기 공급계약(LTA)이다. 과거 메모리 산업은 수급 변화에 따라 가격과 실적이 크게 출렁였지만 최근에는 AI 투자를 주도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필요한 물량을 장기간 확보하면서 반도체 업체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정 수준의 수요를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단기 가격 변동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다.

김 전략가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TSMC처럼 실적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높여갈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 격차 역시 점차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인 메모리 수요 증가도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에이전틱 AI가 본격 확산될 경우 메모리 수요가 현재의 약 3배,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 단계에서는 10배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신규 생산시설이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3~4년이 걸리는 만큼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I 투자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약 40%에서 내년 57%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이 비중이 68%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내년을 기점으로 AI 산업의 이익 중심이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메모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I 수요 확대와 장기계약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가시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경기 변동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라는 경계도 나왔다. 김 전략가는 AI 반도체 수요가 소수 대형 하이퍼스케일러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들의 투자 축소가 다시 업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증시 자체의 높은 변동성도 추가 리레이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는 기업 지배구조 때문이라기보다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들의 집단 심리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없었다면 상당히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랠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우드 제프리스 글로벌 주식전략총괄이 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KB증권
크리스토퍼 우드 제프리스 글로벌 주식전략총괄이 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KB증권

AI 투자 열풍 자체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경고도 제기됐다. 크리스토퍼 우드 제프리스 글로벌 주식전략총괄은 “하이퍼스케일러 대부분이 실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19세기 후반 철도 광풍과 유사한 대규모 자본 파괴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7230억 달러에서 내년 9870억 달러(약 1320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드 총괄은 시장이 이 같은 투자 확대를 언제까지 용인할지가 AI 사이클의 핵심 변수라고 봤다. 그는 “시장이 어느 순간 AI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자금 지원을 끊는 순간이 이 스토리의 진짜 종착점”이라면서도 “아직 그 시점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7년 한국 기업과 국내 기관투자자를 연결하는 기업설명(IR) 행사로 출발한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의 투자 기회를 논의하는 글로벌 컨퍼런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제프리스와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이날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올해 컨퍼런스는 한국 시장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국내외 참석자는 지난해의 약 2배인 800명으로 늘었고, 행사 기간 60여명의 전문가가 연사로 나선다. 또 150여개 국내 기업과 11개 일본 기업이 투자자들과 만나 투자 및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9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KB증권
9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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