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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정 통째로 복제…디지털 트윈으로 세계시장 ‘노크’[스케일업 리포트]

■ 시마크로
물리 기반 시뮬에 데이터·AI 접목
‘프로세스 모델V’로 공정 효율 높여
기존 솔루션까지 한 플랫폼서 연동

日 화학기업 이어 美 에너지사 협업
중동·동남아서도 사업 확대 나서
“연내 150억 규모 추가 투자 유치”

  • 김지영 기자
  • 2026-09-16 17: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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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 시마크로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태형 기자
윤정호 시마크로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태형 기자

제조 공정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기 전부터 데이터 수집, 생산라인 시뮬레이션 등에 다수의 솔루션이 쓰여왔다. 아비바·지멘스 등 산업용 엔지니어링 시장의 강자들이 제공하는 제품부터 사내 엔지니어들이 자체 개발한 도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데이터와 솔루션이 늘어나면서 이를 하나의 플랫폼에 연동해 실시간으로 한눈에 운영·관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시마크로는 이를 지원하는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윤정호(사진) 시마크로 대표는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제조 공정은 물리·화학 원칙에 따라 매우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물리·화학 원칙에 기반한 기존 모델에 AI를 접목해 공정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개발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 ‘프로세스모델V’는 여러 제조 공정 가운데 석유화학·철강·정유·식품·제약 분야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제조업은 생산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자동차·반도체처럼 물리적 구조가 있어 부품을 조립해 제품을 만드는 ‘이산제조’와 화학·바이오·식품처럼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공정제조’다. 공정제조는 이산제조와 달리 온도·압력·유량·농도 같은 공정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완성된 제품을 원래의 원료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공정제조만의 특징이다.

윤 대표가 공정제조용 디지털 트윈을 내걸고 창업한 것은 이 분야에 기회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제조 공정의 디지털 전환(DX)이라고 하면 흔히 물리적 공정을 떠올린다”며 “화학·바이오 공정은 원리·원칙을 기반으로 가드레일을 잡아주는 AI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호 시마크로 대표가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윤정호 시마크로 대표가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현장의 많은 제조 기업이 이 같은 솔루션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실제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윤 대표는 “다양한 센서에서 산업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 이를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는 일, AI로 분석하는 일이 각각 따로 운영돼왔다”며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해서 이상 현상을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기존 방식으로는 시각화 기능도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시마크로의 디지털 트윈 솔루션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에 실시간 데이터와 AI 분석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트윈을 신속하게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관적인 데이터 시각화와 자동화된 인사이트도 제공한다. 윤 대표는 특히 기존의 다양한 솔루션을 한 플랫폼에서 연동하는 ‘모델 옵스’ 방식을 차별화 요소로 꼽는다. 모델 옵스란 각종 모델과 솔루션을 데이터와 연결해 검증하고 관리·실행·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윤 대표는 “아비바·지멘스처럼 물리 기반 오프라인 제조공정을 지원하는 기업부터 온라인 데이터에 기반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까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는 많다”며 “시마크로는 이들을 중간에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 기능은 고객사가 먼저 필요성을 느끼고 시마크로에 문의하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통상 제조 기업에는 솔루션마다 담당 엔지니어가 여럿 있다. 엔지니어마다 솔루션 활용 능력이 제각각인 데다 관리자가 솔루션별 현황을 한데 모아 보기도 어려웠다. 시마크로는 3년에 걸쳐 이를 해결하는 기능을 개발해 선보였다. 윤 대표는 “대부분의 제조 기업이 사용하는 ‘아스펜테크’ 솔루션을 시마크로 솔루션에서 100% 지원한다”며 “각 회사가 자체 개발한 모델도 개념검증(PoC)을 거쳐 연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정호 시마크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윤정호 시마크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 같은 기술력은 제조 현장의 비용 절감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한 화학 기업은 시마크로의 솔루션으로 제조 비용의 일부를 절감했고, PoC를 거쳐 시마크로의 정식 고객사가 됐다.

시마크로는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과도 협업하고 있다. 이 기업은 탄소 배출 저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 기업은 특성상 장치와 설비마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화학반응을 추정하는 작업이 복잡하다. 시마크로는 관련 데이터와 각종 모델을 자사 플랫폼에 모두 연동해 자동 분석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윤 대표는 “이 에너지 기업은 시마크로 솔루션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설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에는 원유 매장량 추정 모델, 원유 추출 모델 등을 통합해 보는 데도 우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시마크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팁스’ 사업에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역량을 갖춘 유망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해 연구개발(R&D)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되면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과 함께 솔루션의 사업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삼성물산 등과 PoC를 거쳐 정식 계약을 맺었다. 국내외 굵직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윤 대표가 이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빠르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넘게 아스펜테크에서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후 프랑스 엔지니어링 기업 테크닙,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기업 사빅(SABIC) 등에서 일했다.

윤 대표는 최근 제조 기업들 사이에서 AI 전환(AX) 수요가 높은 만큼 지금을 사업 확대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동남아 시장에서 디지털 트윈 솔루션 수요가 높고 중동 기업들과도 PoC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중견기업에서도 수요가 있지만 아직 마케팅팀과 세일즈팀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2018년 미국에서 창업했고 2020년 한국 법인을 세웠다. 지금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35억 원으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IBX파트너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올해 말에는 글로벌 투자사를 중심으로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선다. 규모는 150억 원으로 예상된다.

윤 대표는 이 투자금을 AI 기능 고도화에 쓸 계획이다. 그는 “오픈소스를 활용해 제조에 특화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만들려고 한다”며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기능을 갖춘 AI 에이전트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조 AX에서 기존 레거시 기업들을 무시할 수 없고, 이들의 솔루션을 응용할 수 있는 판을 짜주는 것이 더 이익”이라며 “우리 제품이 제조공정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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