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캐피털그룹·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자본시장 핵심 플레이어들이 한국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세제 개편과 장기 투자 자본 육성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첫 자본시장 통합 기업설명(IR) 행사인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이 28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서울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3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인 만큼 개막 첫날부터 다양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연단에 올라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쏟아냈다.
위니 콴 캐피털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특별 연설에서 “한국에서는 배당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최고 45%에 달할 수 있기에 대주주가 높은 배당을 지지할 유인이 떨어진다”며 “최고세율을 약 25% 수준으로 낮춘다면 배당 확대, 자본 배분 개선, 밸류에이션 멀티플(기업가치 평가 배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그룹은 1990년대부터 한국 시장에 누적 7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온 미국 자산운용사다.
앞서 정부는 올 1월부터 고배당 상장기업에 한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도입했다. 이전까지는 금융소득 2000만 원 초과분에 대해 14~45%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했는데 고배당 기업 배당소득의 경우 14~30%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식이다. 콴 매니저는 분리과세를 하더라도 현재의 세율은 여전히 높다고 본 것이다.
콴 매니저는 “상속세 개혁은 이보다 훨씬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말했다. 높은 상속세 부담이 세대 간 경영권 승계를 앞둔 기업에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명확한 주주환원 프레임워크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콴 매니저는 “주주환원 계획에는 단순히 ‘얼마를 돌려주겠다’는 발표를 넘어 사업 모델, 수년에 걸친 자본집약도 수준, 어떤 재무구조를 유지하려 하는지, 현금 흐름의 주요 사용처는 무엇인지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목소리로 상법 개정을 비롯한 그간 정부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 정책에 호평을 내놓는 동시에 반드시 자본시장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오크트리캐피탈의 프랭크 캐럴 전무는 “시장이 하락한다고 당국이 정책 방향을 바꿔선 안 된다”며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반복돼왔는데 공매도는 악이 아니며 하락장에서 주식을 파는 사람들도 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리처드 위더스 뱅가드 국제공공정책 총괄은 “시장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장기 투자 자본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개인의 장기 투자를 끌어내는 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선 모건스탠리 전무는 “한국에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할 만한 기업공개(IPO)가 충분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정부가 국내외 투자자들이 중소형 기업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를 정례화해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을 세계에 지속적으로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축사에서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본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를 한국 자본시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IR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주식시장 결제 주기 단축을 아시아 역내 거래소와 함께 추진해 선진 거래 환경에 맞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달부터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투자자들은 정규장 이후에도 더욱 폭넓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며 “시장 접근성 확대를 통해 새로운 거래 환경이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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