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의 도움을 받았다. 최 회장은 한국투자증권과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해 4000억 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동안 SK그룹의 굵직한 자금 조달을 도맡았던 증권사인 만큼 이번에도 단독으로 최 회장 딜을 따내면서 밀착 인연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는 2일 최태원 회장이 보유 주식 165만 3924주를 11월 2일부터 12월 1일까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중 97만 2493주는 전략적 투자자를 상대로 주당 55만 9387원에 매각하고, 잔여 지분 68만 1341주는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을 통해 주당 58만 7000원에 넘긴다. 매각이 완료되고 난 뒤 최 회장의 SK㈜ 보통주 지분율은 17.9%에서 15.5%로 하락한다.
최 회장이 PRS 방식으로 매각하는 지분 전량은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인수할 예정이다. PRS는 정산 시기의 주가가 계약 당시 주가보다 높으면 해당 차액을 발행사가 가져가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발행사가 증권사에 차액을 보전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번 PRS의 만기는 3년으로, 만기 시점에서 한국투자증권은 SK㈜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정산 받을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SK그룹과 한국투자증권 간 긴밀한 네트워크가 부각된 딜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통상적인 PRS는 복수의 증권사를 참여시키는 것이 통상적이나 자금 조달 주체가 총수일 경우 기밀 유지 차원에서 관계가 돈독한 금융사와만 소통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초 SK㈜가 SK바이오팜 보유 지분 약 1조 2500억 원을 PRS 방식으로 매각할 때도 3000억 원 상당을 책임졌다. 상반기 SK㈜ 주도로 이뤄진 SKC 유상증자에서도 증권사 중 가장 많은 4668억 원을 인수하며 1조 1671억 원 규모의 딜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한국투자증권 특유의 공격적인 의사결정과 운용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PRS는 블록딜 대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가 변동에 따라 증권사에 파생상품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쉽사리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지만 한국투자증권은 근래 빠른 의사결정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기업금융 자산을 담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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