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시가총액 미달 기업의 상장폐지 규정에 제동을 걸면서 퇴출 위기에 놓인 상장사들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은 상장폐지 결정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상장폐지와 정리매매가 중단됐다. 같은 사유로 상장폐지를 통보받은 기업들의 법적 대응도 이어지면서 금융 당국의 부실 기업 정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3일 금융투자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전날 코스피 상장사 주연테크와 코스닥 상장사 케이엠제약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인용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상장폐지와 정리매매 절차를 밟지 않게 된다.
재판부는 시총 미달 기업에 이의신청이나 소명 기회를 주지 않는 거래소 상장 규정이 기업의 절차참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시총은 기업가치뿐 아니라 경기 충격과 투자 자금 흐름 등 외부 요인에도 좌우되는 만큼 부도나 완전자본잠식과 동일하게 취급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당초 내년 1월로 예고했던 코스피 300억 원, 코스닥 200억 원 기준을 올해 7월부터 적용한 부칙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동일한 사유로 퇴출 위기에 놓인 다른 기업들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화된 시총 요건으로 퇴출 위기에 처한 코스닥 기업은 30여 곳에 달한다. 핀텔과 메디콕스는 이달 1일 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유틸렉스·대진첨단소재·골드앤에스·제일엠앤에스·삼영이엔씨 등도 법원 판단을 구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모든 대상 기업의 상장폐지가 일괄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가처분을 신청한 기업들은 개별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고, 인용된 기업도 본안소송에서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한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소명 기회 배제와 강화된 기준의 조기 적용으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투자하기보다 해당 기업의 실적과 재무 상태를 살피고 법원 판단과 거래소의 후속 조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먼저 당국이 마련한 코넥스 이전상장 방안에 변수가 생겼다. 일정 재무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옮길 수 있도록 했지만, 가처분이 인용된 기업은 기존 시장에 남아 본안 판단을 기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전날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소명 절차와 기준 조기 적용을 문제 삼은 만큼 이의신청 기회를 보장하고 경과 조치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거래소 역시 본안 소송 패소 가능성을 고려해 상장폐지 절차를 전면 중단하거나 이의신청권 신설 및 경과 조치 보완 등 상장 규정을 손봐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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